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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내 감(感) 온도?

최전방 체감온도 -40도

체감온도? 내 감(感) 온도?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 번 겨울 지금까지 가장 추웠던 날은 지난 1월 16일이었다. 이 날 강원도 인제군 을지부대 최전방 소초는 최저기온이 영하 24.3도까지 내려갔다.

이 때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40.3도. 초속 14미터가 넘는 바람이 불어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를 16도나 더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체감 온도는 말 그대로 "몸으로 느끼는 온도"인데 이걸 수치로 나타낼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추위를 내 맘대로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 

체감온도는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바람과 한기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열을 빼앗길 때 느끼는 추위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사람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정한 계산식에 따라 산출해 낸다. 단순히 공기의 온도인 기온 뿐 아니라 체온을 빼앗아가는 다른 요인, 바람까지 포함한 방식이다. 

체감온도를 산출하는 방법은Siple-Pasel(1954)공식이나 Steadman(1971) 공식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상청은 2001년 캐나다 토론토 회의에서 새롭게 발표된 산출식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국가들에서 가장 최근에 널리 사용되는 방식인데, 아래와 같다.



기온과 풍속의 2가지로 계산하는데  바람은 초속(m/s)을 시속(km/h)으로 환산해야 한다. 물론 계산식이 어렵기 때문에 산출표를 활용하기도 한다. 기온이 영하 10도 일 때 풍속이 5km/h(초속 1.4미터)로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13도, 그런데 바람이 6배인 30km/h(초속 8.3미터)로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그 만큼 바람에 의해 빼앗기는 열이 크다는 의미다. 기온이 영하 15도에서 바람이 60km/h로 불거나 기온이 영하 20도에서 바람이 15km/h이상으로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진다.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근처로 내려가면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날씨에 보호장구 없이 장시간 신체가 노출되면 저체온에 빠질 위험이 크다. 10~15분 이내에 동상에 걸릴 위험도 크다. 반드시 장갑, 모자, 스카프, 목도리, 마스크 등으로 노출된 피부를 가려줘야 한다. 체감온도가 영하 45도 밑으로 떨어지면 노출된 피부는 몇 분 내에 얼게 된다.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생명이 매우 위험해질 수도 있다. 

다시 1월 16일 새벽, 을지부대 최전방 소초로 돌아가본다. 바로 전 날인 15일 저녁 8시에 기온은 이미 영하 21도를 내려가 자정 쯤엔 영하 24도 근처까지 떨어졌다. 이 때 체감온도가 영하 33도를 넘었다. 계란을 밖에 뒀더니 정말 20분도 안 돼 돌처럼 굳었다. 계란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껍질이 터졌다. 바닥에 얇게 물을 뿌리면 1분 조금 지나 얼음으로 변했다. 장병들은 어떻게 근무를 설까? 

장병들은 다행히 다양한 보호장구를 지급받고 있었다. 물론 충분치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예전보다는 아주 좋아졌다. 우선 기본 속옷에 내복을 입고, 다시 전투복과 방상내피, 기능성 방한피복을 입는다. 발에는 양말을 신고 전투화 대신 기능성 방한화를 신는다. 손에는 2겹으로 장갑을 끼고, 두건형 안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다. 귀에는 귀가리개를 한다.



경계 근무에 투입될 때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초소에서 근무한다. 초소는 바람을 막아주는 간이 건물 형태고 그 안에는 전기 난방시설이 설치된 곳도 있다. 물론 이 것으로 체감온도 영하 40도의 추위를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기에 약간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마스크를 하면 입에서 나온 입김이 위로 올라가면서 눈썹에 성에처럼 얼게된다.

이 소초에서 16일은 지난 2004년 1월 22일 기온 영하 29도, 체감온도 영하 48도 이후 6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었다. 장병들에게 물었다. "오늘이 이번 겨울 들어 기온이 가장 낮은 날인데 춥지 않냐고? "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장병들은 16일 당일보다 지난해 12월 25일이 더 추웠다고  한다. 그 때 기온이 영하 20도를 밑돌고 체감온도도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졌기는 했지만 16일보다는 높은 기온이었다.

그렇지만 장병들 대부분은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 "내 감(感) 온도"(?)가 아니었을까?  지난해 크리스마스 쯤에는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지면 느끼는 추위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반면 16일 기온은 이미 일주일 이상 추위가 지속됐던 터라 하룻밤 사이 기온이 조금 내려가 최저기온을 기록해도 장병들이 느끼는 추위폭은 적었던 탓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저마다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한계는 있겠지만 분명 시베리아나 극동에서도 사람은 잘 적응해 살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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