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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장부·채권목록'…한명숙 재판 물증싸움 치열

'B장부·채권목록'…한명숙 재판 물증싸움 치열
9억7천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다양한 증거자료의 증명력을 두고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핵심 증인인 한만호(50.수감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60여차례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법원에서 돌연 '돈을 안 줬다'고 번복한데 따른 것이다.

쟁점이 '한씨 진술의 신빙성'에서 불법자금 수수를 입증할 구체적인 '물증'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검찰이 법정 증언보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는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판세를 리드하고 있다.

◇'검찰 진술' vs '법정 증언' = 재판은 지금까지 5번 열렸는데 초기의 쟁점은 한씨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통상 뇌물이나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는 공여자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뚜렷한 물증이 없을수록 공여자의 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씨가 2차 공판에서 "모두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검찰 진술을 180도 바꾸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씨가 수사 당시 일관되게 말한 내용이 여타 증인의 증언이나 추가로 제출한 증거, 회사의 비밀장부나 채권회수목록과 일치하므로 검찰 진술을 믿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한씨의 법정 진술이 검찰의 신문조서보다 더 믿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B장부'와 채권회수목록의 비밀은 = 한씨가 말을 바꾸자 검찰은 한씨 회사의 '살림살이'를 담당했던 정모 전 경리부장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정씨는 17일 재판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의원', '5억원'이라고 기재된 채권회수목록을 제출했고, 귀가한 뒤 집에서 찾아보니 4억원에 관한 세부자료가 있어서 4억원을 추가했다"며 한 전 총리에게 총 9억원을 건넨 게 맞으며, 여기서 '의원' 표기는 한 전 총리를 의미한다고 진술했다.

세부자료는 한씨가 비밀통장을 근거로 관리하던 비밀장부(`B장부')에 기록된 내용을 엑셀 프로그램에 날짜별ㆍ메모식으로 정리한 것이며 USB 메모리에도 옮겨놓았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입력전엔 한명숙을 몰랐다? = 변호인측은 한씨가 휴대전화에 `한미라H'라는 가명으로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시점이 2007년 8월21일이므로 `한 전 총리가 2007년 3월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씨가 원래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놨다가 8월21일 가명으로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한씨가 2004년부터 한 전 총리에게 사무실을 빌려주고 여러 번 만나거나 식사한 사실을 제시했다.

검찰은 "한씨의 휴대전화에 2007년 7월20일 전화번호 380개가 일괄 저장됐다. 이걸 보면 한씨는 그날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는 한달 뒤인 8월21일 오전 7시2분에 가명으로 저장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씨가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8월21일', '오전 7시2분'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로 등록했는데 검찰은 "한씨는 한 전 총리가 후보로 등록하자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가명으로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오전 7시2분'에 대해서는 "이른 아침 누구에게서 전화번호를 소개받아 신규 입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기존 저장된 이름을 본인만 알 수 있는 '한미라H'로 바꾼 것으로 강력히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이 즈음에 특정 회사 직원의 명의로 '차명폰'을 쓴 의혹도 제기했다. 통화한 상대방이 남편과 당시 장관, 국회 사무처, 대통령 경호실 등이어서 한 전 총리가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휴대전화의 번호 저장과 관련해서는 기술적 가능성이 여러 가지 존재한다"며 "공소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검찰은 개연성을 넘어서는 확실한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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