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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의 파장, 우리 일상으로 확산

구제역의 파장, 우리 일상으로 확산

직업이 기자라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둔감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겐 구제역이 그렇습니다. 2백만 마리에 가까운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고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경찰서를 출입하는 저는 출입처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사건에만 매달려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 한 지역 신문에서 구제역 관련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백신접종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수의사가 부족해 동물병원 수의사들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기사를 보고  '그럼 동물병원은 어떻게 운영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가 확인해보고 싶어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있는 충청북도의 한 지역을 찾아가 봤습니다. 규모가 작은 지역이어서 동물병원 수가 많지 않았는데, 그 많지 않은 병원 문은 대부분 닫혀 있었습니다. 병원 창문에는 '구제역 예방접종으로 휴원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습니다.

간간이 문을 연 병원이 있었는데 수의사가 없어서 진료가 불가능했습니다. 간단한 약품 구입도 원장의 처방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지역의 수의사는 모두 구제역에 동원돼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동물병원을 찾아온 손님들의 불편함을 들어보고 싶어 병원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밤 9시쯤 한 아저씨가 커다란 개 한 마리를 안고 급히 병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낮부터 키우던 개가 아파 걱정하다가 한밤중 병원을 찾아온 손님이었습니다. 다행히 병원을 비웠던 수의사가 돌아온 뒤여서 아저씨의 개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낮에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불편하지 않았는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완곡하게 요청을 해도 도무지 설득이 안 되더군요. 

왜 이렇게 완강하게 거부하는지 물었더니 본인이 이 지역 사람이 아니어서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되물었더니, 요즘 구제역 단속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이 지역 저 지역 함부로 옮겨다니면 안 되는데, 이렇게 진료를 받으러 몰래 다른 지역에 온 사실이 알려지면 큰일 난다는 얘기였습니다. 절대 본인 얼굴을 찍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지난 주말 동네 순대국밥집에 갔다가 구제역의 심각성을 또한번 느꼈습니다. 메뉴판에 소머리국밥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소머리국밥을 팔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요즘 구제역 때문에 식당에 들어오는 소뼈가 없어서 못판다고, 이런 상태라면 한달 뒤에 음식 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걱정이 아주 대단했습니다.

그동안 무신경했는데 지난주를 거치면서 이제는 구제역이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위기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같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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