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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절차 '간소화'…학원마다 '찬바람'

면허절차 '간소화'…학원마다 '찬바람'

제가 한달 전쯤  '어렵게'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입사한 뒤 따느라 시간도 좀 오래 걸리고,  여러모로 번거로운 점이 많았답니다.

운전 면허를 따고 얼마 지나지 않아 (12월 28일), 이런 보도가 나왔습니다.

정부가 2011년 하반기부터 빠르면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의무교육시간도 대폭 줄이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깝더군요. 당장 학원비도 최대 20만 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조금만 기다릴 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겨울 방학이 최대 성수기인 운전학원들이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수업을 들으려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환불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학생 숫자로는 1, 2위를 다툰다는 한 학원에 가봤습니다. 보도 나온 날은 43건의 환불 전화가 왔답니다. 그 이후로도 30건, 20건 이렇게 '환불 릴레이'가 이어져, 5-6일동안 100건 정도의 환불이 이뤄졌습니다. 2천 내지 3천만 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었습니다. 학원 측 표정이 울상인 이유를 알겠더군요.

근처 학원도 사정이 비슷했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서 신규 등록 학생 숫자가 10분의 1로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방학이라고 학원 강사들을 추가로 뽑은 학원 관계자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강사들마다 학원에서 이제나 저제나 '관두라' 하지 않을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운전 면허 절차가 간소화되면 그 많은 강사들이 하나같이 실업자가 될 것이라면서 화를 내는 분도 있긴 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학원만 불만은 아닙니다. 이미 교육을 받고 있던, 혹은 저처럼 바쁜 시간 쪼개서 교육을 받았던 수강생들에게서도 볼멘 소리가 나왔습니다.

학원에서 만난 한 학생은 정부 발표가 겨울 방학 시작하기 조금 전에만 나왔더라도 나중에 등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 환불이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강생들이 빠져나가고, 학원들이 어려워지면서 수강생 모집에만 목을 매는 학원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과 경기지역 학원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한 학원은 법 개정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니, 지금 등록하면 무조건 합격시켜줄 수 있다며 장담을 했습니다. 또 다른 학원은 아예 수업시간에 출석 체크만 하고, 나가서 '자율' 학습 하다가 끝나는 시간만 맞춰서 들어오라고도 했습니다. 알아서 합격만 하라는 것입니다.

절차가 간소화되면 학원비나 시험 응시료도 훨씬 낮아지고,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히 좋은 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부작용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일부 학원들이 학생 잡는 데만 혈안이 되서, 자칫 안전교육 같은 필수적인 교육마저 부실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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