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 잡기에 '올인'할 기세다.
정유사들은 당장 정부 눈치를 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내려봐야 체감도 못할 수준일 텐데 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휘발유 가격의 결정구조 및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가격관리 수단에 눈길에 가는 이유다.
이것을 보면 정부가 '과거와 같이 기름값을 고시하며 가격을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가격인하의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게 분명하게 확인되고, 인하 폭도 쉽게 짐작된다.
◇'세금 덩어리' 휘발유값 = 국제 휘발유 가격에 각종 세금이 붙고 정유사, 유통업체, 주유소의 투입비용과 마진을 얹으면 된다.
이것은 정유사, 정부(국가), 주유소 등 세 가격 구성의 주체로 크게 나눠볼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인 ℓ당 1천787.07원을 기준으로 정부당국이 따져본 가격 구성을 보자.
먼저 정유사다.
국내 휘발유값의 연동 기준이 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736.35원(전체가격 대비 41.2%)이었다. 여기에 유통비와 마진을 합치면 37.56원(2.1%)이다. 그래서 총 773.91원(43.3%)이 나온다.
이어 국가 영역은 바로 세금으로, 가장 복잡하고 큰 부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가 기본이 된다. 관련 법과 시행령에 따라 교통세는 먼저 정액으로 ℓ당 475원이 붙는다. 이에 ±30%의 탄력세율로 산출된다.
국제유가와 내수경기를 고려해 정부가 행정권으로 세율을 탄력 적용하라는 취지다. 그 세율은 약 11.4%가 적용돼 54원이 추가됨으로써 교통세는 총 529원이 된다.
또 그 교통세 총액에 137.54원이 주행세로, 79.35원이 교육세로 부과된다. 주행세는 교통세의 26%, 교육세는 15% 세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유류세와 부가세를 합치면 908.35원(50.9%)이고, 수입가의 3%인 관세와 ℓ당 16원인 부과금를 합하면 38.09원(2.1%)이다. 그래서 국가 영역은 모두 합쳐 946.44원(53.0%)이 되는 것이다. "세금이 절반이 넘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유소 부문은 유통비와 마진을 합쳐 39.91원(2.2%)이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가 1.5%이므로 26.81원이 나온다. 이 부문의 총계는 66.72원(3.7%)이라는 결론이다.
이런 가격 구성비는 원가 정보의 정확성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큰 틀이란 바로 정유사 43.3%, 국가 53.0%, 주유소 3.7% 분포를 말한다.
◇'훤히 보이는' 정책수단들 = 여기서 가격인하 정책이 파고들 틈은 정유사 영역의 유통비·마진, 그리고 부가세를 제외한 유류세 등 국가 세금, 주유소 마진 및 카드수수료 정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제 휘발유 가격의 등락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석유의 자주개발 비중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지금은 10% 수준인 자주개발률을 올해 13%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건 그러나 미미한 간접효과를 가질 뿐이다.
지금 1억2천만 배럴 정도인 비축유를 방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위험 등에 대비하는 물량을 마구 쓰는 것은 곤란하다.
저가의 수입 석유제품이 많이 유통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으로 분류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수입품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지적할 수 있다.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정책들도 있다.
주유소 간 경쟁을 유도하고, 정유사-유통사 간 거래구조를 개선하며, 셀프주유소 등 원가절감형 주유소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시행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다.
가격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카드수수료율 인하도 대안이 된다면 금융위원회가 움직여야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되 논란은 크게 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결국 체감할만한 수준으로 가격을 끌어내리려면 유류세제를 건드려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웃돌았던 2008년 7월 정부는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ℓ당 82원 인하했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금으로서는 세수 감소 등을 우려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을 압박해 조금이라도 가격을 내리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코너 몰리는' 정유사·주유소 = 정부의 공세에 정유업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모양새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휘발유값을 올릴 때는 '왕창' 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이를 가격 비대칭성이라 이름붙여 공격하고 나선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정유사들은 그러나 두바이유(우리나라가 주로 쓰는 중동산 원유) 국제가격의 등락에 따라 국내 휘발유값이 정비례로 오르내려야 한다는 시각에 답답해하고 있다.
환율 변수는 왜 고려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떨어져도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휘발유값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유를 정제해야 휘발유가 되는 것이며, 국내 휘발유값은 원유 국제시세가 아니라 휘발유 국제시세에 연동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업계는 말한다.
정유사들은 그러면서 국내 정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정유 4사의 정유사업 영업이익을, 판매한 석유제품의 양으로 나누면 ℓ당 9원 정도 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유사가 영업이익을 모두 포기해도 인하 여력은 ℓ당 10원가량밖에 안 되는 셈이다.
기름값의 주요 이해 당사자인 주유소업계도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서울지역 주유소 한 곳이 한 달에 평균 2천드럼(40만ℓ) 정도 파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과 정유사 공급가격을 뺀 유통·주유소 이윤은 ℓ당 98.8원으로 40만ℓ를 판다고 했을 때 주유소가 얻는 소득은 월 4천만원도 안 되는 것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16일 "월 4천만원에서 유통비용, 인건비, 임대료, 공공요금, 카드수수료 등을 빼면 실제 주유소의 이익은 월 200만원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게다가 주유소의 85% 이상이 개인 사업자여서 정유사의 가격인하 폭이 그대로 소매가격에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 때 운 좋게 환율과 국제가격도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작아 우리만 속을 끓이고 있다"며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을 민간에 지나치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휘발유값의 진실…가격인하 체감할 묘수 있나
정부 "유류세 인하하면 세수 감소하니 곤란"…정유사·주유소 "값 내릴 여지 적어 체감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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