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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하루 만에…돼지 12형제 눈물의 살처분

<8뉴스>

<앵커>

멈추지 않는 구제역 광풍에 지금까지 160만 마리가 넘는 소, 돼지가 매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12마리의 새끼돼지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함께 매몰되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아픔을 더했습니다.

박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 김정호 씨의 돼지농장에 며칠 전 경사가 잇따랐습니다.

두 마리의 어미돼지가 하루걸러 몸을 풀어 모두 12마리의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밤을 새워 출산을 지켜본 김 씨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200m 떨어진 다른 돼지농장에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김 씨의 돼지 60여 마리도 모두 매몰처분 통보를 받은 겁니다.

[김정호/농장 주인 : 이 한겨울에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는데 내가 지켜주지 못하는 그런 게 너무 미안하고….]

매몰처분이 집행된 그제(13일), 아침 일찍 돈사로 나온 김 씨는 아들과 함께 마지막 먹이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지켜보던 김 씨.

[미안해. 내가 너희들을 지킬 수가 없어. 맛있게 먹어. 미안해.]

김 씨는 차마 매몰처분을 지켜볼 수 없어 농장을 떠났고, 12마리의 아기돼지들은 태어난 지 하루 이틀만에 어미와 함께 싸늘한 겨울 땅에 묻혔습니다.

저녁 무렵에야 술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김 씨는 텅 빈 축사 쪽으론 눈길도 주지 못했습니다.

[온기가 남아서 내가 아마 거길 가면, 내 좋은 마음으로는 거기 서 있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합성사료 대신 풀과 발효사료를 먹이고 넓은 공간에서 자연 교배를 통해 친환경 축산을 지켜온 지 7년.

[내가 엄마가 된 기분이지 뭐…]

소중하게 키워온 농장이 구제역 때문에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린 그날 밤, 김 씨는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또 한 번 해야죠. 다만 이제 앞으로는 만반의 대비를 해서 해야 되겠죠.]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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