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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흉상과 군사협력…'한일 단상'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며

독립운동가 흉상과 군사협력…'한일 단상'

국방부 본관 입구에는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이 진열돼 있습니다.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와 윤봉길, 이봉창처럼 당시 천황과 일본군 수장을 노린 폭탄 의거를 시도했던 분들입니다. 국방부에 처음 왔을 때 흉상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 가면 무장공비에 맞써 싸우던 경찰들의 기록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당연히 국방부에는 대한민국 군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진열해 놓을 줄 알았는데 독립운동가는 다소 의외였던 게 사실입니다.

엄혹하고도 길었던 군사정권의 기억 때문에 대한민국 군은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부담스러워서 대신 독립운동가들을 모셔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쪽에 모시는 게 더 나았을 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뿌듯한 건 사실입니다.

그제 일본 방위성 장관이 국방부를 방문했습니다. 한일 군사협정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초 연병장에서 치를 예정이던
손님맞이는 추운 날씨 탓인지 본관 로비에서 거행됐습니다.

일본 방위성 장관은 흉상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일본통은 아닙니다만 기사를 통해 들여다보면 일본 내부의 우경화 현상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자위대를 군대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도 여럿 나타나고 있고요, 일본 우익단체들의 신사참배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닙니다.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와 일본정치의 이념적 논쟁과는 별개의 문제죠. 딱히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을 겁니다. 과거를 반성한다고 하지만 일본이 진정 반성했다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대가 흘러도 한일전의 관심과 파장이 이를 대변해 준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도문제는 어떻습니까? 한일 관계가 지난 1960년대 다시 복원됐다고 해도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독도 영유권과 일본 교과서 문제는 수시로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독립투사들에 대한 존경심과 실체적인 반일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한국땅에 일본 방위성 장관이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맺자고 한국을 찾아온 건 한편으로는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한-미-일이 부득이하게 군사적 동맹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가 한미 양국의 군사협정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을 겁니다. 국방부도 군사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적어도 겉으로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관 회담에서는 이미 양국의 군사협력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일부 안보전문가들은 "국민적 감정에 치우쳐 군사협력을 미루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한일간 군사협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국익과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한-일 군사협력은 한-미-일 군사동맹관계로 이어져, 북-중-러로 이어지는 신냉전 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국방부 현관에 모셔져 있는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국익을 위해 일본과의 군사협정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의견에 선뜻 동의할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갈라진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할지도 모릅니다.

독립운동가 흉상을 모셔놓은 국방부에서 한일 군사협력을 논의하는 아이러니한 한반도의 역사,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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