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특종 보도한 '함바 게이트' 사건 때문에 '브로커'란 말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브로커'란 단어를 기사에 쓸 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외국어인데다가 어감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말에 '브로커'의 뜻을 잘 살려주는 단어를 찾기 힘듭니다. 중개인, 거간꾼 정도가 가장 유사한 단어일텐데 '브로커'만큼 느낌이 다가오질 않죠. 도리 없이 브로커를 씁니다.
그렇다면 브로커란 무엇일까요? 먼저 사전적 정의를 살펴봤습니다.
브로커
독립된 제 3자로서 타인 간 상행위의 매개를 업으로 하는 사람. 특정상인에 종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상과 다르다. 매개가 이루어지면 매매 쌍방으로부터 균등한 수수료를 받는다. 상품 •어음 •환 •보험 •선박 •세관 •증권 등의 업종별로 각각 전문 브로커가 있다. [출처] 브로커 [broker ] | 네이버 백과사전
이 객관적인 정의에선 우리가 ‘브로커’란 말에서 느끼는 검고 음습한 기운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맥락에서 브로커는 이 사전적 의미를 확장해, 뇌물을 공여해 검은 뒷거래를 성사시키고, 그 대가로 부탁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금품을 뜯어내는 사람 정도로 정의하는 편이 더 좋겠죠. 아직 아무도 이런 정의를 사전에 등록시키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렇게 고초를 겪고 있는 '브로커'란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구글 검색을 해보니 브로커는 1차적으로 소규모 무역상이나 포도주 소매업자를 뜻하는 중세 영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조금 더 기원을 거슬러 가보니 ‘거래가 끝난 뒤 주고 받는 작은 선물’이라는 고대 영어나 (거래가 끝난 뒤) 축복하는 아랍어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군요. 선물 또는 축복이 브로커의 원래 뜻이었던 것이죠. [구글 검색+위키피디아]
확실히 이른바 '잘 나갈 때' 브로커는 축복 또는 선물을 가져다 줍니다. 만날 때마다 은밀하게 바치는 돈다발, 구체적으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안겨주는 각종 이권,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함바 브로커' 유모씨를 상대해 온 고위공직자와 경찰 간부들의 눈에는 유씨가 선물과 축복을 내려주는 ‘브로커’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에서 유씨가 입을 여는 순간, 브로커 유씨가 안겨준 선물과 축복은 몽땅 저주로 변했습니다.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금품 수수 혐의 사실, 선물과 축복인 줄 알았던 돈다발이 이제는 검찰의 손에 들린 칼이 되어 본인의 목을 겨누고 있는 셈입니다.
땀 흘려 얻지 않은 축복과 선물은 결국 언젠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 특히 높은 자리에서 명예를 먹고 살아야 하는 고위 공직자들에게 그 법칙은 더 철저히 적용된다는 점, 왜 머리 좋고 힘 있는 분들이 다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브로커'가 진짜 선물과 축복만 주고 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죠?
(다음 편에는 역대 거물 브로커와 해외의 유명 브로커에 대해 고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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