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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충돌 속 '움찔' 안 대표

당-청 충돌 속 '움찔' 안 대표

'여당의 반란'  ' 당청 정면 충돌'

화요일 아침 신문들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두고 맞부닥친 것을 두고 1면에 크게 올렸습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4년차에 접어들면서 예고됐던 레임덕 현상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은 오늘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레임덕은 진시황도 못 막은 것이다."

어제 상황을 다시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월요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아침. 평소 안상수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에 불만이 깊은 홍준표 최고위원이 정동기 감사원장에 대해 쓴소리를 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미 지난 주 화요일에 녹화해 놓은 한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밝혔고 이게 주말에 방송이 됐기 때문입니다.

안상수 대표는 홍준표 최고위원에게 비공개 회의에서 의견을 취합할테니 공개회의(즉, 기자들이 지켜보며 참석자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모두 녹취하는 부분)에서는 참아달라 부탁을 합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최대한 공개 발언 수위를 낮춥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인사가 잘못됐을 때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이 노골적으로 감사원장을 지목해 비판합니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 감사원장이 되는 것이 정당한지"

미처 서병수 최고위원의 도발을 예상 못한 안상수 대표는 뒤 이은 비공개 회의에서 한명 한명, 최고위원들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습니다. 

만장 일치로 부적합 의견이 나오자, 그 자리에서 원희룡 사무총장을 시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로 당의 통일된 입장을 전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바로 안형환 대변인을 시켜 기자들에게 정동기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로 당의 입장을 정했다고 알리도록 합니다. 

안상수 대표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제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가? 선거를 앞두고 정국을 당이 이끌겠다더니, 정말 이끌려는가? 

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며 이제껏 한탄하던 한나라당 소장파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합을 통보한 것을 두고 "오랫만에 지도부가 민심을 반영했다"며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안 대표의 행보가 좀 미심쩍습니다.

청와대가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보여준 절차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기도 전부터 안상수 대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즉 오늘로 예정됐던 신년기자회견에서 할 말만 한 뒤 '질의응답'은 안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공지 문자를 돌렸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기만 말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니요? 신년 기자회견이란 한나라당을 앞으로 1년 동안 어떻게 이끌 것인지 밝히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국민들에게 높여주기 위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측컨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두고 벌어진 당청 대립 문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냉철한 상황인식이 안되어 있다는 고백이었겠지요.

급기야 오늘은 신년 연설문에서도 원본에 있던 결정적 단어 '견제'를 뺍니다.

"민심을 수렴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 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불가피할 경우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고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에서 "민심을 수렴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 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로 고쳐진 수정본을 읽었습니다.

당청관계(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란 대립을 해야만 하는 관계가 물론 아닙니다. 당청관계는 협력해야 하고 신년연설문 원본에서 안대표가 말하려 했던 것처럼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관계여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나라 일을 맡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덧붙여, 안상수 대표의 '움찔'을 두고 여의도에서는 이런 저런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상수 대표는 '대통령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해' 정동기 후보자를 당에서 먼저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안상수 대표가 이재오 특임장관으로 대표되는 친이계 주류의 '뜻'을 잘못 읽었다."  "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야 겠다고 결심했으나, 조금 지나쳤나? 하고 고민하고 있다" , 혹은 "안상수 대표가 또 당했다"

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기 마련이니, 머지 않은 장래에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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