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제역이 결국 대재앙이 됐습니다. 1조 원 넘는 돈이 사라졌습니다. 살처분한 가축만
1백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살처분, 정확히는 생매장에 동원된 공무원들, 정신질환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양돈농가, 공무원 40명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습니다.
농장 바로 옆에 거대한 구덩이를 판 뒤 돼지들을 몰아넣는 것입니다.
사지에 몰린 돼지들은 여기저기서 발버둥치고, 공무원들은 몽둥이까지 들어가며 돼지를 몹니다.
이 농장에서만 9천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습니다.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들이나 구덩이에 묻히는 돼지 모두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새깨돼지들은 영문도 모른채 포대에 담겨 구덩이로 옮겨집니다.
가스를 주입해 안락사시킨 뒤 매몰해야 하지만 작업량이 워낙 많다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에따라 전체 매몰가축의 90%나 되는 돼지들은 대다수 생매장되고 있습니다.
매몰작업은 이렇게 잔혹하고 고된 일인 만큼 남자들만 투입되고 있지만, 견디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최영근/고양시 축산팀장 : 인위적으로 생명체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 그게 이제 심리적으로 고통이 많이 따르고요. 국가적으로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될 부분이기 때문에 참고
하는거죠.]
특히 매몰조에 속한 공무원들은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장은수/고양시 공무원 : 돼지가 그냥 서로 안갈려고 죽음의 현장으로 가지 않으려고 막 기를 쓰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했을 때 직원들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서 몰아가야 되거든요. 너무 끔찍하고 차마 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의 부담이 많이 오는거죠.]
이런 고통은 하루아침에 가축들을 모두 잃은 피해 농민들도 마찬가지.
[구제역 피해 농민/돼지 1천 6백 마리 매몰 :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거 같고 솔직히 그래요. 좀 더 지나보면 이제 볼 때마다 허전하겠지만 많이 서운하죠. 이 충격을 좀 벗어날 수 있는 건 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살처분에 대한 죄책감, 가축을 잃은데 대한 정신적 충격, 이로인해 '외상후 스트레스'가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당 지자체들은 특별 정신상담 창구까지 마련했습니다.
[이성근/경기도 보건위생담당관 :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가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구제역이 종식된 이후에도 일정기간은 지속적으로 정신상담센터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런 살처분과 방역에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구제역 확산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의 한 돼지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경기와 인천, 강원, 충남북까지 휩쓸었습니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축수만 1백 1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전국에서 사육되는 전체 소, 돼지 1천 3백만 마리의 10% 선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한우 산지 강원도 횡성, 지난달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마을마다 사람들의 왕래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동네 주요 시설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축산농가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며 두문불출입니다.
[주민 : 요새 발을 묶어놨어 다. 노인정도 문닫고 노인들도 못 놀러다녀요.]
구제역이 발생한 마을은 아예 원천 봉쇄됐습니다.
[박순형/횡성군 학곡리 이장 : 안타깝고 이루 말할 수 없죠. 징역살이나 똑같죠.]
제주도는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한라산 노루와 멧돼지를 모두 살처분한다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놨습니다.
차단방역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백신접종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상 가축에 대한 백신접종률은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접종 대상 가축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백신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
특히 살처분 약물의 경우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아비규환의 생매장 사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긴급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확산 방지 대책과 백신확보 방안을 논의했지만
묘안이 없습니다.
[구제역 피해 농민 : 정부가 무정부 상태죠. 우리는 막으려 했다 그건 아니에요. 너무 얕봤죠. 구제역이라는 걸…]
피해 농민 지원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국회는 구제역 책임 공방만 벌이다 한우 시식회를 가진 게 전부입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가축 대재앙 사태에 한파까지 몰아닥치며 전국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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