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너도나도 날씬한 몸매가 최고라고 외칩니다. 다이어트는 인생의 필수가치가 돼버렸습니다. 급기야 거식증으로 죽는 이도 늘었습니다. 지구촌 저 쪽에선 아이들이 못 먹어 죽는데 이쪽 한켠에선 안 먹어 죽는겁니다.
조 정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공개된 프랑스 유명모델 이사벨 카로의 모습입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몰골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카로는 한달 뒤 생을 마감했습니다.
키 170센티미터에 사망 당시 몸무게는 30킬로그램.
13살 때부터 식사를 거르며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다가 28살 꽃다운 나이에 숨졌습니다.
[이사벨 카로/생전 인터뷰 : 내 꼬리뼈도 상처 부위처럼 보이고, 내 머리도 망가졌고 앞으로 긴 머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카로는 무리한 다이어트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재기하려 했지만 거식증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댄스학원.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기 걸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들에게 날씬한 몸매는 필수 조건.
[백한비/고등학교 3학년 : 살 많이 찌는 고기같은거 대신 채소나 과일 많이 먹고 있어요.]
[김지원/대학교 1학년 : 과식을 하든, 폭식을 하든 친구들이랑 모여서, 그 다음 날은 아예 안 먹어요. 물조차도 안 먹고 그렇게 빼고 있어요.]
연예인 지망생은 물론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다이어트는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체중감량을 위해 식사를 기피하거나 많이 먹은 뒤 금방 토해내기까지 합니다.
이른바 거식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식약청이 중고생 7천명을 조사한 결과 열명에 한명 꼴인 12.7%가 거식증 전 단계인 식사장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학생은 14.8%가 식사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습니다.
인터넷 상에는 거식증 지지 모임이 등장했고 많은 이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23살인 이나영씨.
17살 때부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거식증 증세를 보였습니다.
몸무게가 29킬로그램으로 빠지고 잦은 구토로 목에 심한 통증이 생긴 뒤에야 병원을 찾았습니다.
[거식증 환자 : 18살에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살이 찔까봐 음식을 못 먹어요. 먹다가 뱉는 방법을 택했어요. 넘어가기 바로 직전에 뱉는 거예요. 먹고 뱉고 하니까 목도 굉장히 아프고.]
거식증은 여성, 특히 청소년의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거식증에 걸리면 뼈가 약해져 키가 자라지 않고, 뇌기능이 저하되는 등 심각한 발달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서호석/차병원 정신과 교수 : 영양 및 전해질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서 사망률이 10%까지 이르는 무척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최병수/한의사 : 특별한 기술에 의해서 단번에 마법같이 좋아지기는 어렵거든요. 마음을 다룰 수 있는, 정신적인 면을 다룰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요.]
서구에서는 이미 거식증을 비롯한 다이어트 부작용을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욕구도 문제지만, 사회가 부추긴 측면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무리한 다이어트를 막기 위한 조치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패션업계는 일찌감치 마른 모델을 쓰지 않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스페인은 모델의 체질량 지수까지 측정해 저체중이면 활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4만여 명이 거식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프랑스는 광고와 신문, 잡지에 싣는 사진을 가공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포토샵으로 만들어낸 날씬한 여성 사진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유발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걸그룹 바람과 다이어트 열풍, 그 심각성에 비해 거식증의 폐해를 막아보려는 노력은 우리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거식증을 개인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하고 적절한 예방책을 찾는 것, 여성과 우리사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