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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던 금값, 이제는 꺾이나?

천정부지로 치솟던 금값, 이제는 꺾이나?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금값이, 새해 초 국제시장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선물은 어제 3.1% 폭락해서 온스당 천4백 달러선이 무너졌고, 오늘도 0.4퍼센트 추가하락해서 그제 천4백18달러이던 것이 천3백74달러선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국제선물 금값의 50일 이동평균선이 하향돌파됐고, 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3주 최저가로 하락한 겁니다.

금값의 이런 갑작스런 하락반전은, 뉴욕의 분석가들 사이에서 증시의 지수보다 훨씬 큰 관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값이 왜 떨어지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금이 왜 올랐던 것일까를 되짚어보면 나옵니다.

금은 지난해 투자시장에서 '안전자산'이자 '도피처'로서 기능했습니다. 유럽 각국의 은행이 흔들리고 정부채권까지 부도위험이 제기되고, 미국의 경제회복은 여전히 더딘 가운데 미국이 앞장서 달러를 마구 찍어냈습니다.  화폐가 넘쳐나서 인플레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 투자가들은 가치가 안전하게 보존되는 실물인 금으로 몰려들었지요.

그런데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겁니다. 유럽은 한동안 잠잠해졌습니다. 미국은 2011년에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연말대목 소매판매업 경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미국 경제의 70%라는 민간소비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드디어 회복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용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에게 인사, 급여 등의 고용관련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 ADP는 자신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가공해 여러가지 고용통계를 내놓는데요, 오늘은 12월의 민간부문 신규고용치가 크게 늘었다는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12월에 민간 일자리는 29만7천 개 늘었는데, 이는 ADP가 월간 민간 신규고용을 조사 발표한 2000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라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10만 개 정도 일자리가 늘었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 수치는 더욱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경제전망이 장밋빛으로 나오니까, 그동안 '금값 거품' 논란에 시달린 투자가들이 연초 차익실현에 나섰고, 그것이 금 선물의 폭락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대신 투자가들은 달러를 사들이고 있고, 그래서 유로나 엔 대비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금값은 다시 온스당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우리는 돌잔치에 선물로 금반지를 다시 가져갈 수 있게 될까요?

그렇게 보는 전문가보다는, 아직은 금값의 대세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가 더 많은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금의 폭등을 불러왔던 요인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겁니다.

유로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대형악재가 되어 세계금융시장을 흔들 겁니다. 연준의 달러 찍어내기도 여전히 계속될 전망입니다.

미국의 고용이 과연 꾸준히 늘어나 줄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12월 민간고용 창출은 상당부분 연말연시 세일을 위한 임시 소매판매직 때문일텐데, 그것이 장기고용으로 정착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금을 저가매수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투자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특히 중국, 인도, 중동 등 신흥시장 투자가들 중에 이런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중국은 문화적으로도 워낙 금 실물을 좋아하지요. 게다가,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유로나 달러같은 세계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금 보유량을 늘려 화폐가치를 뒷받침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값이 떨어지면 언제든 중국이 금을 사들일 거라는 얘깁니다.

월가에서도, 대형 펀드들이 지난해말에 금 투자를 한번 정리했다가, 싼 값에 되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CNBC의 투자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글로벌 대형 투자가들의 경우 투자자산 중 금의 비중이 1% 수준인 곳이 많다. 역사적으로 금은 투자자산의 5%까지 올라간 경우가 많다'며 금의 장기적 상승세를 점치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연초 국제 금값의 하락세는, 세계 경제가 그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투자가들의 자신감 표현이라는 점에서, 새해 초에 어울리는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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