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경기북부 지역 지자체들이 살처분 매몰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경기도 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경기북부 살처분 대상은 599농가, 36만 4천2마리로 이중 30만 8천858마리(84.9%)에 대해 살처분.매몰 작업이 끝났다.
살처분.매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농가가 아직 남아있고, 지자체별 의심신고도 하루 평균 3~4건 이상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살처분 대상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는 확산 방지 차원에서 살처분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지만, 살처분이 당일에 끝나기는 사실상 어렵다.
농림부 구제역 행동지침에 따르면 가축 매몰장소는 집단가옥이나 하천, 도로에 인접하지 않은 장소이면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소가 1순위다.
농장부지 등 매몰대상 가축이 발생한 장소가 2순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유지가 3순위다.
보통은 농장부지 안에 매몰지를 마련하지만, 부지가 협소한 농가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국공유지를 찾아야 하는데, 주택지나 하천과 가깝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맞추다 보면 살처분 작업이 지연되기 십상이다.
포천시 김영갑 축산팀장은 "살처분 인력 투입이나 물품 조달은 이제 안정화돼 문제가 없지만, 매몰지 확보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은 지난해 1월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가축을 협의없이 군용지에 매몰했다가 곤욕을 겪었다.
김 팀장은 "서두른다고 아무 땅에나 임의적으로 할 수 없고, 이것저것 확인하다 보면 살처분이 (결정) 당일에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연천군 호순명 방역지도팀장도 "매몰지가 사실상 제한돼 있고, 부지가 협소한 농장이 많아 살처분이 하루 이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매몰지를 찾느라 살처분이 지연되는 사이 구제역이 확산될 수 있고, 매몰지를 겨우 확보하더라도 열악한 조건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파주시 한우협회 황인식 지부장은 "지금 살처분이 결정되면 처리하는 데 2,3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증식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어쩔 수 없이 좁은 지역에 수용량을 초과해 가축을 매립하다 보면 침출수가 과다하게 나올 수 있는데, 2차 오염 등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속한 살처분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군용지를 매몰지로 쓸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포천시의 한 관계자는 "경기북부 지역은 접경지여서 국유지 중 국방부 땅이 대부분인데, 1년에 1차례도 사용하지 않는 땅들을 몇 곳 지정해 매몰할 수 있도록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주가 지역구인 황진하 국회의원은 국방부에 '파주 지역 군용지 중 일부를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살처분 가축을 매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경기북부지역 구제역은 지난해 12월15일 양주.연천 돼지농가에서 처음 '양성'으로 나온 뒤 이날 현재까지 파주, 고양, 가평, 포천, 남양주, 의정부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포천=연합뉴스)
'묻을 곳이 없다'…지자체 매몰지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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