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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토끼의 이상한 동거…"우리 너무 친하죠"

<8뉴스>

<앵커>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채 깜찍한 동거를 하고 있는 토끼와 호랑이가 있습니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동물의 우정을 박현석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풀을 뜯으며 한가로이 노니는 토끼 3형제를 향해 태어난 지 두 달된 아기 벵골 호랑이 '호야'가 달려듭니다.

제법 다부진 걸음걸이에 울음소리도 우렁차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토끼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제 몸보다 2배나 더 큰 호랑이가 몸에 올라타는데도 도망갈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허호정/서울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 보통이 아닌거죠, 간이 큰 토끼인거죠.]

호야는 식사시간에도 토끼 3형제를 가만놔두지 않습니다.

사육사 품에 안겨 제 우유를 다 먹고 나더니, 다짜고짜 한창 맛있게 식사 중인 토끼들의 밥상을 뒤엎습니다.

하지만 평화와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답게 토끼들은 이내 불청객을 받아들이고 사이좋게 음식을 나눕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렇게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김동옥/사육사 : 제가 사육사 경력 10년 만에 잘 지내는 모습은 처음본 것 같아요.]

토끼와 호랑이의 이색 동거는 호야가 태어난 두 달 전 시작됐습니다.

호야는 원래 3형제로 태어났지만.

[김기승/사육사 : 처음에 세 마리가 태어났어요. 두 마리는 어미 젖도 먹고, 어미가 보호를 했는데, 한 마리가 따로 처져서 태어나자마자 관리를 안 하더라고요.]

어미젖 한번 물어보지 못하고 홀로 인공포육실로 옮겨졌습니다.

토끼 3형제 가운데 호야와 가장 친한 갈색빛의 토실이는 마치 제가 엄마라도 되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호야의 낮잠을 재워주기도 합니다.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에 몸 군데군데 털까지 뜯겨나갔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줍니다.

[박은화/사육사 : 토실이는 호야랑 단짝이에요. 다른 애들은 귀찮아서 피해도, 토실이는 애정이 있는 지 계속 다가가더라구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이들의 색다른 우정은 토끼 해가 시작된 이번 달 말까지, 호야가 맹수의 본능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유지될 듯 합니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로 잠정 폐쇄된 동물원은 이달 중순쯤 이들의 동거 생활을 다시 일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화면제공 : TV농물농장,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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