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으로 징병된 한인들이 종전 후에도 시베리아 등에 억류돼 강제노동하다가 현지에서 사망했지만 정부는 아직 억류자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억류된 조선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명부는 지금까지 네 종류가 발견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료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언론과 피해자 등이 직접 나서서 확보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러시아를 상대로 자국 포로에 대한 자료를 끊임없이 발굴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명단 중 가장 방대한 것은 1995년 시베리아 삭풍회와 지역 언론사가 6개월간 러시아 문서보관소를 조사해 확보한 조선인 총 6천여명의 명부다.
억류된 조선인들이 러시아 정부에 억류 사실을 입증할 '노동증명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해 총 34명이 미불금, 억류기간이 기재된 문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조선인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조사해서 만든 '등기표'도 193명 분량이 입수됐는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 차원에서 억류자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국가기록원이 2007년 러시아 군사기록보존소에 보관된 3천명의 '조선인 포로카드' 사본을 1차 입수한 게 전부다.
이렇듯 억류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자료 입수 노력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사망자 규모ㆍ신원, 매장지 파악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조선인 사망자는 최소 6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1991년 아사히신문이 공개한 명부와 시베리아 포로피해자 이규철씨 자신이 정확하게 기억하는 희생자 이름을 토대로 만든 명부 등에서 확인된 숫자다.
2009년 2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한국 정부에 조선인 억류사망자 12명의 매장지 정보가 담긴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는데, 이는 자국 희생자의 유골 봉환을 위해 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조선인 사망자의 매장지를 파악해 제공한 것이다.
그나마 이들 12명의 매장지는 부랴트공화국에 한정돼 있어 일본이 조사한 내용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일본 정부에 명단 전달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최소 60명 이상으로 공식 확인된 조선인 사망자조차 시베리아 동토에 갇혀 있는 등 징용피해자의 유골이 고국으로 송환되지 못하고 60년 가까이 방치된 점도 문제다.
또 시베리아에서 3년여간 강제노동에 혹사당한 억류자에 대해 소련 정부가 1인당 미불금이 평균 4천378루블이라고 확인했지만, 우리 법에서 루블화의 경우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 6월 전후 시베리아 등에 억류돼 강제노동한 일본인에게 특별급부금을 주는 법을 만들면서 한국인 피해자는 대상에서 제외해 가해자로부터도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이처럼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한인들이 귀국해 만든 시베리아 삭풍회 회원 다수는 고령 등으로 세상을 떠나 회원 수가 60여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서울=연합뉴스)
60년 넘게 외면당한 시베리아 억류 한인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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