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 군이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연일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훈련은 실시되었지만, 북의 추가 도발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정부의 입장과 훈련의 재개 과정을 지나칠 정도로 위기의식을조성하는 방식으로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을 커다란 공포감에 휩싸이게 하였습니다.
SBS 8시뉴스는 12월 16일 보도에서 연평도 사격 훈련 재개 소식을 전하면서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소식은 정부의 훈련계획을 전달하는 객관적인 보도였지만, 그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반응이나 정당성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아 비판적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의 보도에서 두드러집니다.
17일 8시뉴스는 헤드라인으로 북한의 위협을 소개했는데, 북한 방송이 2차 3차 자위적 타격을 할 것이라는 경고를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또 추가도발에 대비해서 의료진이 비상대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이러한 준비는 시청자들에게 준전시 상황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18일 8시뉴스의 헤드라인 역시 연평도 사격훈련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이었고,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앵커는 "연평도에는 다시 불안과 긴장감이 엄습하고 있다"고 표현하였는데, 자막 역시 '훈련준비 끝...초긴장'이라고 제시하면서 위기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연평도 사격 훈련 소식은 다음날도 헤드라인으로 보도되는데, 이번에는 UN 안보리에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보도는 이러한 외교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이 "사격훈련은 반드시 한다"는 입장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즉 SBS 8시 뉴스는 16일에 사격 훈련 재개 예정 소식을 전한 이후로 20일 훈련 실시까지 매일 헤드라인과 두 번째 뉴스를 연평도 사격 훈련 관련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실제 훈련 실시까지 포함하면 연 사흘을 전쟁과 관련된 위기적 상황을 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SBS 8시뉴스는 재난감시적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제시되는 환경감시 기능을 고려하면 이번 보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과다하게 위기감과 긴장감을 조성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매일 매일의 보도에 있어서 영상으로 제시되는 전쟁 상황과 포 사격 모습은 전쟁의 위기감과 공포심을 극단적으로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보도는 아주 냉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준전시 상황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언론이 앞장서서 위기감과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차분하고 냉철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당황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위기감 조성 보도 방식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연평도 사격 훈련재개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된 사안입니다. 우리 언론은 강행처리 이후의 여야의 충돌과 여당 내부의 내홍을 권력투쟁적 맥락에서 접근함으로써 이 사안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의미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SBS 8시뉴스는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해서 16일에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여기서 기자는 강행처리에 불참하겠다는 소장파 의원들의 선언을 일종의 '당내 파열음'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선언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현실정치 에서의 권력적 갈등관계를 부각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관계는 야당 관련 언급에서도 드러나는데, 기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을 부추겼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강행처리라는 잘못된 정치 관행을 옳고 그름의 정당성 측면에서 본 것이 아니라, 이기고 지는 권력성 측면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사실 이번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해 여야에 대한 양비론적 시각과 정당간의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중계보도한 것 이외의 언론의 자발적인 비판 기사들은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국회의원들의 볼성사나운 폭언과 폭력을 반복적으로 보야주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나아가 이러한 보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속물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듭니다. 결국 이것은 정치를 정치인들의 권력투쟁으로 바라보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17일 '오늘의 세계'에서 우크라이나 의회와 더불어 우리 국회를 난장판 의회로 묘사한 것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반대되는 입장만을 부각시켜서 보도하는 방식 역시 정치 혐오를 부추깁니다. 20일 8시뉴스는 연평도 사격훈련과 관련하여 각 정당의 반응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각 정당의 일반적인 북한에 대한 비판은 보도하지 않고, 그 갈등 측면만 다룸으로써 정당 간의 비타협성만 크게 부각시켰습니다. 이런 보도는 일종의 정형화된 형식이 되었는데, 대부분 정치 사안에 대해 여당과 야당의 대립적 측면만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같은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보도의 대안으로 18일에 방송된 졸속 법안과 관련된 보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보도는 정치혐오적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국회의 문제점을 이성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졸속법안과 관련된 객관적 자료를 근간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동시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렇듯이, 언론은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지 말고 사안에 대해 적확한 비평과 더불어 건강한 담론을 유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치적 충돌과 관련된 보도는 갈등 측면만 부각되는 경우에 사안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짧은 보도시간으로 인해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갈등적 측면만 강조하는 보도관행 때문입니다. 우리 언론은 이러한 사안일수록 대립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더 냉철한 비판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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