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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의 한반도 외교학

중국의 6자회담 의장직 유지해야 하나…

연평도 사격훈련 하루 뒤 CNN 뉴스 내용입니다. 남북한이 전쟁 위기 국면에서 일단은 물러섰다는 내용이죠. 북한이 한국군의 사격훈련에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외신들이 보는 대로 한 고비는 넘어선 것 같습니다. 북한을 방문했던 리차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이 공언했던 보복 사격을 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는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고,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갖고 간 사람도 아니고,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간 사람의 발언을 무게있게 받아들이기가 어색한 측면도 있습니다.(한 외신은 아예 리처드슨 주지사를 트러블 메이커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최근 상황에서 북한 고위당국자들을 두루 만나고 온 사람이니 북한 기류를 파악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도 리처드슨 주지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마뜩찮아 하면서도 돌아오면 보고를 받아보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무고한 시민과 젊은 군인 4명을 숨지게 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어떻게 북한의 책임을 묻고, 점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평화쪽으로 돌리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겠죠. 그런 면에서 우리 외교 역량이 이제부터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서는 셈입니다. 천안함 외교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면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가해자로서 북한을 명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연평도 외교도 이미 한 차례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이틀 전에 러시아의 제안으로 소집된 유엔 안보리에서 성명을 채택하려 했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포격도발을 명시하지 않은 채 남북의 자제를 촉구하는 문안을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권 국가들은 대거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가 조정안으로 11월 23일 공격을 규탄한다는 선까지 물러섰지만 결국 합의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즉,안보리차원의 합의된 의견 포명이 실패한 것)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러시아까지 북한을 규탄하는 쪽으로 분명히 돌아섰지만, 중국의 반대로 성명이 채택되지 못했다고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북한의 포격 도발을 비난하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 성과라고 우리 외교부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중국은 무조건 북한 편을 든다는 사실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중국은 현재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연평도 포격을 명확하게 북한의 도발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위협하는 거대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사실 2천년 가까이 한반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나라였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의 발언내용과 말하는 태도를 지켜보노라면 뭔가 오만한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지금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의 의장국입니다. 남북에 미일중러 4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6자회담은 사실 한미일-북중러의 대립구도로 짜여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러시아가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를 나름 명확히 하면서 연평도 국면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데 합류해 현 상황은 한미일러 대 북중 구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무조건 북한 편을 드는 형국이라면 더 이상 6자회담의 틀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지를 생각해 볼때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 6자회담을 고수해야 한다면 중국에 의장직을 계속 주는 문제도 재고해야 한다는 얘기도 곁들여집니다.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깔려 있습니다.중국이 말을 들을 지는 불문명하지만 이제 그 정도 얘기는 해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는 얘기를 한국 외교관이 하더군요. 또 북한도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는 만큼 6자회담을 남북미 3자회담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논리이기도 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중국이 계속 무조건 북한편 외교 노선을 고수한다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죠.

물론 한국 역시 미국이 거의 무조건 편을 들어준다는 측면에서 든든한 뒷배경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전 샤프 주한 미군사령관과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국과 함께 하겠다."고 말해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의 특수 관계는 공교롭게도 한국전쟁이라는 공통된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중국은 개방의 길로,북한은 여전히 폐쇄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피로 나눈 인연은 여전히 공고한 셈이죠. 한국과 미국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런 이분법적 대치구도가 완강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균열을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가 바로 한국(과 북한)이라는 점에서 그 구도안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외교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나가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반면 안보는 생존의 문제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외교관도 만났습니다. 안보문제를 외교 혹은 동맹을 통해 강화하거나 해결하려는 시도는 외교는 물론 안보도 더 힘들게 한다는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연평도 사태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외교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안보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해놔야 한다는 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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