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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 26일 만에 김포 이주…'기대' '걱정' 반반

"찜질방보다는 낫겠지만 여기서 2개월 지낸 후에도 연평도가 복구되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합니까"

피란 26일 만에 찜질방 생활을 정리하고 김포 아파트로 임시거처를 옮긴 연평도 주민들의 표정에는 앞으로 펼쳐질 생활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으로 섬을 떠나 인천시내 찜질방 등지에서 생활해온 주민들은 19일 새로운 임시거처로 마련된 경기도 김포시 양곡지구 LH 아파트로 이주했다.

주민 8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45인승 버스 8대와 개인 차량에 나눠 타고 이동하기 시작해 1시간 거리에 있는 김포 아파트에 도착, 앞으로 머물게 될 새 보금자리를 둘러봤다.

아파트는 지은 지 얼마 안된 데다 새 도배지와 장판으로 꾸며져 비교적 깔끔했지만 생활용품이 비치되지 않아 썰렁함이 감돌았다.

인천시와 주민 대표간 입장 차이로 김포 아파트 이주 문제가 난항을 겪다 지난 17일 갑작스럽게 합의가 이뤄지면서 입주 준비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연평도 주민 김현배(29)씨 가족은 이 아파트 301동 103호에 입주하게 됐다.

연평도에서 4대가 함께 모여 살았다는 김씨 가족은 섬에서는 각자의 집에서 살다가 피란 후에는 찜질방에 이어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계속 함께 지내고 있다. 김씨 가족을 포함해 4가족, 10명이 103호에 입주했다.

김씨는 집 구석구석을 둘러본 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 3개에는 가족들이 들고 온 손가방과 보따리 5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인천시 옹진군이 마련하기로 약속한 전자제품, 취사도구, 이부자리는 준비가 덜 됐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김씨는 "가족이 다같이 모여 살 수 있어 기쁘지만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이다"라며 "우리 부부는 연평도에서 당구장, 호프집을, 증조부 내외는 슈퍼마켓이 딸린 민박집을 운영했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안정자금만으로는 예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 내부 시설은 좋은 것 같은데 여기서 영원히 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흐뭇하지만은 않다"라며 "연평도가 복구되지도 않았는데 2개월만 살다가 나가라고 할까 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증조모(75)는 "연평도가 복구돼야 돌아가지, 북한에서 자꾸 포를 쏘아 대니까 지금은 무서워 못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진수(9)군도 "지금까지 살던 찜질방에는 놀 것도 많고 친구들도 쉽게 만날 수 있어 좋았는데 여기는 심심하다"라며 "301호에 입주한 친구와 자주 만나자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김씨 가족과 같은 집에 입주하게 된 장모(89)를 만나러 이날 김포 아파트에 찾아온 김황(50.인천 논현동)씨도 걱정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김씨는 "장모님 홀로 연평도에 살다가 포격 이후 찜질방에 이어 김포 아파트까지 오시게 됐다고 해 걱정스러운 마음에 와봤다"라며 "이웃과 함께 지내서 다행이지만 어르신이 아파트 생활을 감옥살이처럼 느끼실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어른들과 달리 연평도 아이들은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아파트 생활에 신이 난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사는 동.호수를 알아내느라 여념이 없었고 방 구석구석을 뛰어 다니며 구경하느라 바빴다.

주민들이 앞으로 2개월간 살게 될 LH아파트는 모두 8개 동(301~308동)이며 주민들이 입주한 가구는 1개 동에 7~34가구씩 8개 동에 분산돼 있다.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아파트 단지 내 사무실을 마련하고 시 또는 정부와 연평도 복구와 주민 생업 피해 보상 등에 관한 협의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새 임시거처에서 취사도구가 마련되지 않은 주민들은 이날 저녁에는 인천시 옹진군이 마련한 600명분의 도시락과 여분의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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