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계산 곰 꼬마가 잡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9일간의 외박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집만한 곳은 없었는지 잘 먹고 잘 놀고 있답니다. 외려 사육사가 몸도 마음도 지쳐 입원했답니다.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새까만 털에 뭉툭한 입, 몸무게는 40kg.
다른 곰들 보다는 작고 몸집도 아담합니다.
지난 6일 우리를 탈출해 청계산을 누볐던 6살짜리 수컷 말레이곰 '꼬마'입니다.
꼬마에겐 오랜만에 돌아온 보금자리가 처음엔 새삼 낯설게 느껴집니다.
평소 좋아하던 건빵을 내밀어도 본체만쳅니다.
[함계선/서울대공원 사육사 : 다른 때는 꼬마가 먼저 와서 설치고… 그런데 며칠동안 나가서 있다보니까 사람들한테 쫓기고 그러다보니 겁을 먹은거죠. 안 오잖아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꼬마는 곧 먹성 좋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함계선/서울대공원 사육사 : 아, 해봐. 아, 해봐. 아. 이놈의 자식 나가니까 그렇게 좋아? 이렇게 맛있는 것도 주고 그러는데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사과를 한 입에 넣고, 낯선 사람이 주는 건빵도 곧잘 받아먹습니다.
우리로 돌아온 말레이곰 꼬마는 오랜 바깥 생활에도 불구하고 보시는 것처럼 매우 건강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꼬마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왜 탈출을 감행한 걸까.
꼬마 옆에 있는 희끗희끗한 털을 가진 조금 작은 덩치의 암컷 곰.
이번 탈출 소동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고 있는 꼬마의 동반자 '말순이'입니다.
지난 2004년부터 꼬마와 합방해왔지만 나이는 올해 30살로 꼬마보다 무려 24살이나 연상, 사람으로 치면 80살 할머니입니다.
좁은 데 갇혀 갑갑한 점도 있었지만, 짝짓기를 제대로 못한 스트레스도 컸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함계선/서울대공원 사육사 : 경로당 가실 분인데 이제. 암놈이 관심없는데 숫놈이 아무리 그거 해봐야 못하죠. 그러다보니 그런 데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을 수 있고 짜증낼 수도 있고 그런거죠.]
전문가들은 말레이곰이 영리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꼬마는 탈출 당시 우리 출입문을 잠근 T자형 고리를 풀기도 했습니다.
말레이곰 꼬마는 우리를 열고 나와 청계산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9일간의 외박이 시작됐습니다.
청계산 국사봉부터 이수봉, 매봉까지 제 집 드나들듯 등산로와 능선을 넘었지만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경찰 등 3백여 명과 사냥개까지 수색에 동원됐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오히려 꼬마는 그 와중에 허기를 달래려고 이수봉 근처 간이매점까지 털었습니다.
[함계선/서울대공원 사육사 : 영리하죠. 사람으로 치면 (IQ) 한 80정도. 사람이 하는 행동을 자꾸 보다보면 자기 스스로 학습이 되잖아요.]
그러나 좋아하는 음식인 꿀과 포도주의 유혹엔 결국 넘어갔습니다.
동물원 측이 꼬마를 유인하기 위해 음식과 함께 설치한 7개의 포획틀 가운데 한 곳에 걸려들었습니다.
[맞아? 꼬마? (있어요? 여기?)]
그동안 매일같이 꼬마를 찾아나선 사육사는 탈진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습니다.
[추윤정/서울대공원 사육사 : 그래도 다행인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니까 자기도 그동안 있었던 일 뭔지 어리둥절하고.]
청계산엔 등산객들의 출입이 닷새동안 통제되기도 했지만 말레이곰이 천성적으로 온순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강형욱/서울대공원 홍보팀장 : 곰 중에서 가장 덩치가 작고 가장 온순하고 사람 많이 따르는 그런 곰입니다.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 말레이곰을 애완동물로 가정에서도 키우는 곳이….]
담당 사육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걱정 끝에 무사히 동물원에 돌아온 꼬마.
가출 9일만에 결국 다시 할머니곰 말순이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젠 희망이 생겼습니다.
[박선덕/서울대공원 곰사육팀장 : 일단 말순이하고 다른 관계 떠나서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고요. 그게 정 여의치 않다면 다른 암컷도 구해볼 생각입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