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정전체제에 안주하던 우리 군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군은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매년 30조원 가까운 혈세를 쓰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군 본연의 사명에도 미흡했고, 북한의 위협 및 도발 양상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취임한 김관진 국방장관도 "우리 군이 한마디로 위기의 시대다.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고, 군 기강 문제가 노정되고 있다"고 우리 군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 11월23일 연평도를 향해 122㎜ 방사포와 76.2㎜ 해안포 170여발을 무차별 포격했고 이 가운데 80여발이 연평부대 주둔지와 민가 등에 떨어져 해병대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이 전사했고 민간인 김치백(61)씨와 배복철(60)씨도 목숨을 잃었다.
군은 K-9 자주포 80여발로 대응포격을 가해 무도의 해안포 부대 막사 등을 타격했지만 항공기를 동원한 정밀폭격 등 공세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확전방지 지침' 유무 논란은 예외로 하더라도 6.25전쟁 이후 우리 영토가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적이 한 발 쏘면 한 발로 대응한다'는 비례성 원칙이 담긴 교전규칙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군은 지난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북한의 어떠한 유형의 도발에도 완벽한 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장담했으나 북한군의 이번 무차별 포격 도발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북한이 해상특수작전부대를 동원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기습 점령할 것에 대비해 4천여명의 해병대 병력을 배치해놓았지만 이들이 사용할 반듯한 무기 하나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병력 1천200여명인 연평부대에는 K-9 자주포 6문과 105㎜ 견인포 6문, 90㎜ 해안포, M-48 전차, 벌컨포, 81㎜ 박격포 등이 배치되어 있지만 그나마 K-9 정도가 괜찮은 수준이고 나머지는 육군이 쓰던 장비를 물려받은 것이다.
K-9 자주포(사거리 40㎞)와 155㎜ 견인포는 사거리가 길어 북한의 황해도 해안까지 사격할 수 있으나 해안포와 방사포를 조준 타격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다 105㎜(사거리 13㎞)와 81㎜, 벌컨포 등은 사거리가 짧아 침투전력에 대한 대응수단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2대가 배치된 대포병레이더(AN/TPQ-37)는 북한군의 첫 번째 공격 때는 고장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반면 백령도와 연평도에 인접한 북한군은 미그기와 수호이(Su), MI-8, AN-2 등 282대의 항공기와 29개 해상저격여단, 170㎜ 자주포, 240㎜ 방사포, 130㎜ 견인포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이에 군은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예산 2천613억원을 확보하고 대포병탐지레이더와 음향표적탐지장비, 정밀타격유도무기, 진지보강 등에 뒤늦게 나서고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 상륙 저지에만 중점을 둬온 방책이 북한군 포격으로 허점을 드러낸 만큼 유사시 북한 내륙까지 공격하는 전략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한 천안함 사건 당시 문제가 됐던 군의 대북 정보수집 능력 및 판단력의 미흡도 이번 사건에서 재발했다.
북한은 연평도 북방 개머리지역의 후방에 있던 122㎜ 방사포를 전방으로 전개한 직후 연평도를 공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군은 북한의 내륙 깊숙한 곳이 아니라 연평도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북한의 이런 도발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양상이 점점 대담해지는데도 우리 군의 대북조치는 여전히 주춤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포격으로 중단된 연평도 일원의 해상사격훈련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고, 천안함 피격후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으면 재개하겠다던 대북 확성기 방송도 머뭇거리는 형국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올해는 군사대비태세를 총점검해야 하는 시련의 한 해였다"면서 "군은 북한군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훈을 찾아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KIDA의 박창권 박사도 "예방적 차원의 군의 대비태세가 소홀한 측면이 강했다"면서 "다만, 연평도 포격도발과 천안함 피격사건은 한미동맹의 중요성 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문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북 도발에 허찔린 군…환골탈태 시급
북한 도발에 허찔려 뒤늦은 전력증강 부산<BR>대북방송·사격훈련도 머뭇머뭇…대대적 개혁 착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