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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2천 포인트, 내 계좌잔고는 2천 원

코스피 지수가 3년 1개월만에 다시 2천 포인트를 넘었습니다. 코스피 2000포인트를 처음 넘었던 지난 2007년에는 개인들의 주식형 펀드 열풍에 힘입어 단기간에 코스피 2천을 등정했다면 이번에는 국내외 악재를 딛고 계단식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증권사들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스피 2000시대에 주식투자하는 개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주식 사이트에는 "코스피는 2천 포인트를 넘었는데 내 주식계좌 잔고는 2천원 남았다" 는 하소연까지 올라와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 장세가 외국인들이 주도하면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오르다 보니까 아무래도 중소형주에 투자를 많이 하는 개인들의 경우 상승 폭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많기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최근 두 달 동안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6% 수준이지만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상승률은 19%에 이르고 있고 코스피 상승 폭의 절반을 삼성전자가 책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가 상승 기여도를 분석해 봤더니 나온 결과입니다.

속이 쓰리긴 해도 코스피 2천 포인트를 다시 올라섰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종합 주가지수가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기업 이익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차원에서 보면 한국 경제가 이제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떨쳐내고 정상 궤도를 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중국과 일본 주가는 절반 정도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잠시 돌아보면 코스피 지수가  처음 2천 포인트를 넘었던 것이 증시 활황기였던 지난 2007년 7월 25일이었고 그해 10월에 코스피는 2064.85에 올라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서브프라임으로 대표되는
미국 주택시장 부실 문제가 커지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자  지난 2008년에는 938까지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둔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같은 국내외 악재로 주가 급등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기업실적, 그리고 증시 주변의 국내외 풍부한 자금이 이런 상승을 이끈 원동력입니다. 최근엔 미국이 달러 공급을 시장에 늘리고, 감세안까지 연장하면서 내년 미국 경제가 '돈의 힘'으로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고 선진국 수요가 많은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의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장세

위기 이후 국내 증시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외국인들입니다. 5년만에 돌아온 외국인들은 지난해와 올해 무서운 매수세를 보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장기간 저금리로 해외에서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선진국에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신흥시장, 그 가운데 한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겁니다. 한국 경제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까 주식이나 채권을 사서 수익률을 챙기도 나중에 환율이 떨어지면 환차익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올해 지금까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0조원 가까운 사고 있는데 사상 최대 매수세를 보였던 지난해까지 합치면 규모가 51조원이 넘습니다.  다만 대부분이 단기성 자금이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위기가 고개를 들거나 출구전략이 논의되는 등 자금을 회수할 상황이 생긴하면 그만큼 급격히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 2천 포인트 안착할까?

코스피 2천 포인트를 재등정한 이후 시장 전망은 낙관론으로 가득찼습니다. 이대로 상승 흐름을 지속해 사상 최고치 기록은 물론 2천 4~5백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분석이 많은데 골드만 삭스와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내년에 코스피 지수가 2천 7백 포인트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근거는 기업실적과 풍부한 자금인데요.올해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장기업 순이익이 내년에는 20조원 이상 늘어난 100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60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돈이 낮은 예금 이자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결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입니다.

펀드환매가 7일 연속 이어지면서 7천억원을 넘어서긴 했지만, 코스피 2천 포인트 이상부터는 펀드로 유입된 돈이 적기때문에 펀드환매 부담도 적을 것이고 개인들도 슬슬 매수에 나설 것이란 낙관적인 분석인데요. 증시 격언에 "모두가 낙관론을 이야기할 때가 꼭지다" 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 모두 낙관론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증시 주변 여건이 좋은 것만은 아닌데 말입니다.

우선 단기적으로 보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중국의 추가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애써 인식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계산할 수 없는 변수여서 그렇지 우리에겐 상당한 잠재적 부담이 되는 악재입니다. 여기에 유럽 재정 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줄 충격은 리만 브라더스 파산에 버금가는 상당한 것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장세는 외국인 자금 동향에 변화가 생길 경우 이를 채워줄 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올해 여러 차례 봤듯이 단기 급락하기때문에 잔치는 즐기돼 분위기에 취하지는 말아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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