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술자리에서 흥청망청하는 대신 봉사활동으로 뜻깊은 송년회를 하는 기업과 단체가 줄을 잇고 있다.
15일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여파로 모금기관의 기부 실적은 줄어들었음에도 기업ㆍ단체에서 봉사활동으로 송년회를 갈음하는 문화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인천국제공항서비스지점에 근무하는 이승훈 씨는 지난 9일 동료 6명과 함께 남다른 '국외 송년회'에 참석했다.
캄보디아 농촌 마을의 크데이 룬 초등학교를 방문해 전교생에게 각종 학용품이 든 책가방 568개를 전달한 것이다. 이씨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자 개인 휴가를 쓰고 자비를 들여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그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어느 해보다 뜻깊은 송년회를 보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2천 포인트를 돌파해 잔치 분위기에 들뜬 증권가도 송년 봉사활동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동양증권 박종성 과장은 22일 회사 봉사동아리 회원 30여 명과 함께 산타 봉사활동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봉사활동 참가자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정 스무 집을 방문해 아이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과 쌀, 라면 등 생필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 과장은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술을 마시는 것보다 동료와 좋은 일을 하면서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봉사활동에 앞장선 지자체 직원들에게 송년 봉사활동은 이미 익숙하다. 특히 올해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술자리 송년회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서울 중구 을지로동과 신당 3·4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불우이웃돕기 기부금 모금을 위한 일일찻집으로 송년회를 대체했다. 서예교실 수강생의 작품을 판매한 수익과 자선 바자로 모은 3천600여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구로구 감사담당관실 직원들은 22일 동지를 맞아 팥죽 100인분을 만들어 지역 내 홀로 사는 어르신께 대접할 계획이고 영등포구 자원센터는 같은 날 저소득 가정에 연탄 1만 장을 배달하는 송년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북부지법 소속 판사와 직원 130여 명은 11일 연탄 3천 장과 쌀 30포를 들고 노원구 중계동 판자촌을 찾았다. 법정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던 판사들이 이날은 얼굴에 시커먼 연탄가루를 묻힌 채 홀로 사는 어르신의 집에 온정을 배달했다.
박삼봉 북부지법원장은 "연말에 젊은 판사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주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흥청망청 송년회 가라…따뜻한 봉사로 대신
자비들여 국외봉사…일일찻집ㆍ연탄배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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