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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M&A 잇단 좌초위기…해법은

국내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이후 10년 만에 추진하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 위기에 놓였는가 하면 현대건설 매각도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 예비협상대상자 등 3자 간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어 새 주인찾기가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역시 뒤늦게 `고배당 보장' 논란 등 잡음이 일어 하나금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불발…향후 시나리오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꼽혔던 우리금융측 컨소시엄이 지난 13일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금융 이외에 입찰참가의향서를 낸 국내외 펀드들이 높은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우리금융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작아 유효경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일단 예비입찰을 진행해 제안서를 받아본 뒤 민영화 3원칙(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에 맞지 않아 매각중단을 선언하는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후 당분간 매각절차를 진행하지 않거나 민영화 방식을 바꿔 우리금융을 다시 시장에 내놓을 거라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민영화 방식을 블록세일(대량매매)로 바꾸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전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블록세일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통상 블록세일 때는 시가에서 4% 안팎의 할인율이 적용되는데, 이런 할인율 없이 지분을 파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우리금융이 유치한 투자자들에게 할인율 없이 지분을 팔면 민영화 원칙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몸통'인 우리금융은 팔지 않고, 경남·광주은행만 분리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민영화하지 못하면 대통령 임기와 맞물려 앞으로 몇 년간 민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가 어느 정도 생색을 내려면 지방은행이라도 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A차질 주원인은 관료 보신주의"

금융권은 우리금융 민영화 차질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어느 방법이 가장 좋은지 결정한 다음 공적자금 투입 기관을 처리한다"면서 "반면 우리 정부는 시장에서 그 방안을 만들라고 하고, 시장에서 대안을 제시해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정책적 책임회피)으로 불리는 관료들의 보신주의 때문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처음부터 시장에 명확한 매각 방식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일을 그르쳤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도 처음부터 의혹이 있으면 이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책을 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관료적 사고방식 때문에 일이 꼬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건설 매각을 서두르는 외화은행과 정치권 및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면서 채권단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점이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과거 현대건설 부실경영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이 '가족싸움'을 불사하면서까지 현대건설 소유권을 찾겠다고 뛰어든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정도영 입법조사관은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의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현대건설이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총 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며 "그런데도 이번 매각으로 소유권은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현대 일가로 돌아가고, 이득은 채권단이 누리며 혈세를 투입한 국민은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결과를 빚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 등 이 얽혀 사태가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복잡한 M&A 실타래, 어떻게 풀어야하나

전문가들은 사안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해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매각 주체가 공자위이고, 매각 목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며 "따라서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최대주주인 정부를 상대로 매각 조건을 바꾸라고 협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이를 양보하는 것은 최소 비용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대건설 매각은 채권단의 이익 극대화가 목표"이라며 "채권단이 대출계약서를 보겠다는 것은 다른 이해관계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인 만큼 지금처럼 계속 진행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정도영 입법조사관은 "매각 일정에 급급해 졸속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제기된 모든 의문을 충분히 검토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이 되살려준 기업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경영자에 의해 경영돼야 하며 채권자의 이익보다는 기업 회생에 기여한 국민과 노동자의 이익을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의 론스타 인수와 관련한 잡음을 줄이려면 정부가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완전히 사적인 매각이지만, 론스타가 진짜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를 정부가 먼저 판단해야 한다"면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 파는 것이면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현대건설이나 우리금융 등 매각 방식 등을 둘러싸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룰 세팅'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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