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시가총액 1위주라는 명색에 걸맞지 않게 다른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강세를 보일 때 맥을 못 췄습니다. 주력 반도체인 D램 가격이 급락했고 미국과 유럽 등 삼성전자 물건을 주로 사주는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경기둔화로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올해 펀드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삼성전자 보유물량을 얼마나 잘 파느냐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사야할 주식' 이라기보다는 '잘 팔아야하는 주식'으로 분류되기까지 했겠습니다.
그런데 미운 오리새끼가 갑자기 '백조'가 돼 버린 겁니다. 보통 연말이 삼성전자 같은 대형 IT 업체들에게는 계절적 성수기입니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시즌에 선진국 소비자들이 한해 소비의 40% 이상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하이닉스나 LG 디스플레이 등은 삼성전자 같은 최고가 행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말 쇼핑시즌에 대한 기대 심리라면 동반 상승을 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오르고 있는 걸까요? 증권가에선 스마트 폰인 갤럭시 S와 태플릿 PC 갤럭시 탭의 세계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상대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판매량이 늘자 애널리스트들이 잔뜩 낮췄던 내년 삼성전자 이익전망치를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해 삼성전자가 이익을 많이 냈고 올해 특히 배당률이 높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연말 고배당을 노린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금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수급 상의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그동안 펀드매니저들이 고객들의 펀드환매 주문을 받고, 어떤 주식을 팔까 고민할 때 수요감소가 예상됐던 삼성전자를 많이 팔아 펀드 내 삼성전자의 비중이 줄어있습니다. 그런데 주가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설계한 펀드는 삼성전자 처럼 덩치가 큰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 그만큼 비중을 맞춰야 주가지수와 펀드가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펀드매니저들이 비중을 맞추려고 서둘로 주식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익 전망치를 올리고,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열심히 담다보니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목표주가가 백만 원은 기본이고, 110만 원, 심지어 외국계 맥쿼리 증권은 12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삼성전자 상승 덕에 힘입어 장중 연중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삼성전자 목표주가와 관련된 징크스입니다. 과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증권사들이 백만 원 이상 제시했던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얼마 가지 못해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주가가 동시에 미끄러졌습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백만 원을 합창할 때가 증시 꼭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이번에도 과연 그 징크스가 맞을지 아니면 징크스를 극복할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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