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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떠는 모습 질렸는데"…겨울이 즐거운 할배들

<앵커>

농촌의 겨울, 자칫 지루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어르신들만 남아 소일하는 게 요즘 농촌의 겨울풍경입니다. 그런데 겨울만 되면 활기를 띠는 마을이 있습니다.

겨울이 오히려 즐거운 예술마을, 이병태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 어론리 소리향마을.

요즘 마을회관 앞은 늘 시끌벅적합니다.

십여 명의 마을 할아버지들이 하는 일은 목공예 작업.

두드리고, 자르고, 또 깍아서 다듬는 재료는 죽은지 오래된 소나무 뿌리입니다.

시커멓게 썩어 볼품 없던 나무뿌리는 할아버지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각양각색의 작품으로 태어납니다.

목공예를 시작한 건 지난해 봄부터.

농한기만 되면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게 마땅찮았기 때문입니다.

[김진영/76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노인회장 :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예품을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여기는 나무 공예품을 하는 데가 많이 있고 산이 험하기 때문에 그런 재료( 나무)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겁니다.]

할아버지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두세명으로 출발한 목공예는 이내 마을 노인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작업이 됐습니다.

할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함태진/ 73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집에서 놀면 뭐 하겠어? 와서 즐겁게 해야지.]

[김한근/70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목공예)하기 싫으면 어떻게 나오겠어? 다 운동 삼아 나오는 건데.]

공예를 할아버지들보다 더 반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농한기 때마다 궁상떠는 모습에 질린 마을 할머니들입니다.

[선금순/72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할아버지들이) 구부리고 앉아서 화투치는 것보 다는 얼마나 좋아요? 산에 올라가고 진짜 좋아요.]

[김춘옥/72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노인이 되서 이런 것(목공예품)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도 받고 하니까 좋은 거에요.]

마을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설정자/강원 인제군 어론리 부녀회장 : (전에는) 잘 모이지도 않으시고 했는데 이런 걸 (목공예) 하시면서 여럿이 모이기도 하시고.]

[김상우/강원 인제군 어론리 상록회장 : 노인분들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더욱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성들여 만든 작품들은 마을이장이 운영하는 식당에 진열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시작한 판매실적은 예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최정희/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목공예품) 40점을 팔았고 7월 20일부터 판매해 서 휴가철에 많이 판매했습니다.] }

판매 수익금은 장학금 등 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이기준/67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이 돈(작품판매대금)을 장학금에도 기증하고 있 어요. 그래서 그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노인들.

젋은이도 오르기 힘든 급경사에 온통 돌투성이인 악산을 찾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왜 저렇게 험한 산에 가서 작업을 하시는 거예요?]

[김한근/70세, 강원 인제군 소리향마을 : 그런 데(험한 산)가 아니면 이런 물건이 나올 수 가 없어요. 좋은데 가서 편한데 가서 할 수도 있 지만 거기는 곧게 뿌리가 내려가서 작대기 같으니.]

올겨울 작업물량을 확보한 할아버지들의 마음은 넉넉해지고, 농한기 적막이 흐르던 인제 소리향마을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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