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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맞서싸워야했던 70-80년대 상징"

SBS '자이언트' 장영철 작가 인터뷰

"'자이언트'라는 제목을 보고 주인공이 거인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가 생각한 자이언트는 어두웠던 1970-1980년대를 살아온 이들이 극복하고 맞서 싸워야했던 삶, 시대를 의미합니다."

SBS TV 창사 20주년 대하드라마 '자이언트'의 장영철(42) 작가는 제목 '자이언트'에 대해 "극중 모든 인물이 성공을 위해, 자이언트가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하지만 그런 의미보다는 1970-1980년대가 쓰러뜨리기 힘들었던 시대였다는 것을, 거인 같은 시대였다는 것을 상징했다"고 말했다.

오는 7일 종영(60회)을 앞두고 최근 인터뷰에 응한 그는 "기분이 참 묘하다. 그전에도 대작들은 해봤지만 이번 드라마는 특별히 힘들게 작업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서운하고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 5월10일 경쟁작인 MBC TV '동이'가 25.1%를 기록하며 한창 탄력이 붙었을 때 시청률 11.8%로 출발한 '자이언트'는 이후 10%대 초중반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그러나 진중하면서도 다양한 스토리, 빠른 스피드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조금씩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 8월 방송 3개월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9일에는 30%를 돌파한 후 계속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70-80년대 강남 땅 개발기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과 주인공의 성공담을 그리는 '자이언트'는 장영철 작가와 그의 부인 정경순 작가가 공동집필했다. 두 사람은 '정'과 '대조영'에서도 공동집필의 묘를 살렸다. 특히 대하사극 '대조영'은 1년이 넘는 기간 30%대의 시청률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자이언트'를 쓸 수 있었다. 부부로서 굉장히 의지가 되고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시대극이지만 빠른 전개 속에 많은 사건을 담아내 차별화를 이뤘다.

▲전체적인 흐름은 미리 잡아놓았지만 초반에 시청률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건을 배치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힘들었고 숨도 찼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60회 연속극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건설업계의 이야기를 제대로 그리려고 했더니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생각보다는 못 그렸다. 또 70-80년대는 근대사에서 굉장히 다이나믹한 시절이라 그 안에 사는 인물들을 치열하게 그리다보니 처음 계획보다 정치적 부분이 강화되기도 했다. 특히 악인 조필연(정보석 분)이 상징하는 부분이 커서 그 부분에 좀 집중했다.

--조필연은 악의 상징이었다. 개인적으로 70-80년대를 선악으로 구분하나.

▲극이 전개되면서 인물들의 입장이 저마다 조금씩 바뀌었다. 악한 부분을 담당했던 인물이 뒤에 가서 입장과 명분이 바뀌면서 좋은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필연은 어찌하다 보니 절대악으로 그리게됐다. 격렬했던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보니 절대악이 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70-80년대는 암울했던 만큼 그 시대 사람들은 선과 악을 떠나 치열하고 진지했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1990년대, 2000년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허구의 스토리라지만 가까웠던 과거를 그리고 있어 실제 역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리얼리티는 얼마만큼 가져왔나.

▲드라마는 원래 허구 아닌가.(웃음) 재미있는 것이 '자이언트'를 보며 불굴의 의지로 성공하는 주인공 이강모(이범수)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이강모가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명인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웃음) 사람들이 다 기억하는 시대라 허구라고 해도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 않으면 공감대를 획득하기 어렵다. 또 시대극을 통해 꼭 보여줘야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드라마 안에서 시청자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숙제였다. 끝내고 난 지금 그 시절을 과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가혹했다고 생각한다.

--이강모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부분부터 시청률이 상승세를 탔다.

▲구세대에게는 감회를, 신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방영 당시 삼청교육대가 인터넷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르는 것을 보고 세대 간 작은 공감대, 소통의 아이콘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 작은 보람을 느꼈다. 시대극이라 당시 사회가 줬던 시련을 꼭 삼청교육대가 아니어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는 이강모가 그 시련을 꼭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응원한 것 같다.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에 3남매의 끈끈한 가족애가 중심을 잡았다.

▲'자이언트'에는 여러 장르가 녹아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족 드라마, 휴먼 드라마다. 한 가정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정치, 경제를 보여준 것이다. 잃어버린 막내의 이야기는 마지막회에 언급된다. 멜로의 비중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큰 서사 안에 이 정도 분량의 멜로를 녹인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캐스팅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잘 끝났다.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가 절묘했다.

▲드라마 한편 하는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시청자들이 이렇게 많이 기억해준 경우가 처음인 것 같다. 중간에 퇴장한 인물의 이름까지 모두 기억해준다. 그것은 크고 작은 배역의 배우들이 모두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특히 이범수는 이범수가 아닌 이강모를 상상하지 못하게 했다. 그 자체가 강모였다.

--앞으로 계획은.

▲당분간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우리 부부가 '대조영'에 이어 '자이언트'를 하면서 지난 4년을 아이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5살인데 당분간은 아이와 스킨십을 나누면서 체력도 회복하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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