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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 왜 늦어지나

이해당사자·의회 동의 의식한 '묘수찾기' 쉽지 않아<BR>자동차 관세철폐 최대쟁점…쇠고기 '잠재적 걸림돌'

"여전히 유동적이다. 패키지협상이기 때문에 모두 타결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 양국이 당초 이틀간의 일정으로 잡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하루 일정이 연장됐어도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양국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인근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3일째 협상을 벌였으나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타협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서로 겉돌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각각 이끄는 양쪽 협상 대표단은 3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에도 만나 밤낮없이 집중적인 협상을 벌이며 타결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협상을 끝낼지 전망은 여전히 예단할 수 없다. 이런 형국이라면 일정이 하루 더 연장되거나 3차 협상으로 가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협상에 착수하기 전에 "이틀이면 매우 긴 시간"(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라며 '속전속결'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양측은 협상 시작까지만 해도 조속 타결에 자신감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지난달 11일 1차 합의에 실패할 때까지 양국은 실무급 협의와 3일간의 통상장관회의를 가졌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협상을 약속한 이후 20여일간 물밑접촉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기 때문이다.

2차 협상 일정도 타결 가능성을 감안해 잡았다는 게 대표단 설명이었다.

막상 협상테이블에 대좌해보니 상황은 180도 달랐다.

양측 모두 "이번에는 결론을 내자"며 강한 타결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던 것.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협상대표단간의 타협보다도 대표단의 등 뒤에 있는 양국의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협상이 그만큼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양국 모두 3년이 넘도록 방치되다시피한 FTA 협정문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선 업계는 물론 각각 국내 비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의회를 이해.설득시켜야 하므로 그만큼 협상이 어렵다는 것.

이 같은 고충은 협상 중간중간에 의회측과 조율하는 미국 대표단의 모습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의회의 비준동의를 통과할 수 없는 합의라면 엄밀히 말해 합의로서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 협상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번 협상에 대한 양국의 접근방법이 다른 것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국은 일단 협상의 초점을 미국측이 중시하는 자동차 문제에 맞추고 주고받기식 일괄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사실 기존 협정문에 대한 미국의 불만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협상에서 양국간 자동차 무역불균형 해소방안 중에서도 한국시장 접근 확대방안보다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시장 진출확대에 따른 자국 자동차업계 보호방안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산 승용차 관세철폐기한 연장문제와 자동차 관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마련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협상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윈-윈 협상'보다는 '제로섬 게임'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만큼 양보만 강요당하는 한국에게는 '이익의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한국산 승용차 관세 철폐 기한 연장 요구와 관련, 기존 협정문에는 배기량에 따라 즉시 또는 3년내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한국이 예상하지 못했던 '상당기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세이프가드의 경우, 발동 기준 및 기간, 보상조치 및 보복조치 등 관련 내용 하나하나가 향후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아 민감하다는 점도 한국 대표단에게 협상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관세철폐 문제와 세이프가드 등 여러 문제가 서로 연관돼 있어 협상을 더욱 꼬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문제는 FTA 협상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점도 협상에선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 '쇠고기 문제는 절대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에 미국은 이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이 문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나아가 한미 FTA 협상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도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 야당들은 이번 FTA 협상을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양보만 해야 하는 '잘못된 시기에 실시되는 잘못된 협상'이라며 한국 대표단을 몰아세우고 있다.

때문에 평소라면 'FTA 조기 타결'을 위해 충분히 양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 대표단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뒷말도 있다.

(컬럼비아<미국 메릴랜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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