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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탄에 집 잃어도…" 연평발전소 직원 '헌신'

"모두 제 책임이 아니라고 달아나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집을 잃고서도 섬을 떠나지 않은 채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한전 연평도발전소 직원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있다.

1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연평도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 14명은 한전 정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인 전후실업에 소속돼 있다.

공무원도 공기업 직원도 아닌 용역회사 직원인 만큼 북한의 재도발 우려로 뒤숭숭한 요즘 굳이 섬에 남을 신분상 의무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뭍으로 대피하지 않고 전력공급이 끊겨 섬에 남은 주민들이 마지막 빛마저 빼앗기지 않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연평도 토박이로 발전소에서만 29년을 일했다는 변종기(56) 소장이 살던 집은 앞뒤로 포탄이 2발이나 떨어져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서졌다.

변 소장은 "근무 중 포탄이 떨어지는데 발전소 주변에 7발이나 떨어져 주변 산 곳곳에 불이 났다"고 떠올렸다.

그는 "집과 아내가 걱정됐지만 자칫 발전소에 불이 옮겨 붙으면 섬 전체가 암흑이 되는 만큼 직원 전부가 달라붙어 불을 껐다. 이튿날 새벽께에야 집에 가 보니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고 했다.

변 소장은 그날 이후 가족이 모두 인천으로 떠나버린 부하 직원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역시 토박이인 황영선(53) 공무차장의 집은 아예 완전히 타 버렸다.

황 차장은 "출장 갔다가 돌아오니 송전선로란 선로는 다 끊겨있어 잠도 못자고 복구를 한 뒤 집에 가 보니 집이 다 타 재만 남아 있었다"고 했다.

황 차장이 불탄 집의 잔해에서 겨우 건진 것은 불에 그을린 저금통의 동전 무더기와 반쯤 탄 가방에서 찾은 묵주반지 뿐이었다.

그는 발전소 사무실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발전소는 일반 회사와 다르다. 우리가 신분상으로는 공무원도 국영기업 직원도 아니지만 책임감 때문에라도 지금 섬을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황 차장은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가 되면 가뜩이나 포탄 천지로 놀란 다른 주민들에게 못할 짓이다"라고 덧붙였다.

결혼 1년차인 기계정비원 김모씨도 신혼집 셋방에 포탄이 떨어져 세간을 모두 잃었다.

김씨는 "가족은 모두 뭍으로 보내고 발전소에서 숙식을 해결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며 "어떻게 힘이 안 들 수 있겠냐. 그래도 다들 마찬가지 상황이니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원화선(49) 발전과장은 "비번이라 집에서 자던 중 폭음이 시작돼 할머님을 대피소로 모신 다음에 나는 발전소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었다"고 했다.

파편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발전소로 달려간 이유를 묻자 "신이 데리고 가시려면 데려가실 것이고 아니면 아니지 않겠느냐"며 신의 뜻에 목숨을 맡겼다고 대답했다.

원 과장은 "우리 책임은 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며 "벌써 9일째 비상근무 중이라 다들 힘들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 다른 모든 이들의 빛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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