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시와 같은 긴장감이 우리사회 전반을 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과 입시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해마다 이맘때가 또다른 전쟁을 치르는 기간이도 합니다. 입시취재 전쟁이죠. 올해는 사실 수능성적이 뚝 떨어지면서 수시 2차 입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취재 전투가 벌어질 만한 현상도 많았죠.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지난 23일. 저 역시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대치동 일대를 취재했습니다. 논술학원마다 발디딜 틈이 없고, 각 대학 경쟁률도 무섭게 치솟았는데요. 오전까지만해도 제 취재내용이 사실 2분짜리 주요뉴스였습니다. 오후 포격과 함께 완전히 바뀌었지만 말이죠.
논술고시생도 등장
어려웠던 이번 수능의 후폭풍은 정말 거셌습니다. 연평도 포격 하루 전인 지난 21일 취재진은 서울 대치동의 한 대형 논술학원을 찾았습니다. 40명 정원인 강의실마다 논술답안을 쓰는 수험생들로 꽉 차 있었고요. 강사의 수업은 아예 서서 들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시험까지 딱 일주일간 고시원과 학원만 오가는 이른바 '논술고시생'도 상당수였죠.
지방에서 올라온 한 학부모는 수험생 자녀를 위해 강남에 오피스텔 구하는 건 기본이고, 주말 입시설명회며 주중엔 학원 통학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학부모들도 절박한 심정으로 뒷바라지에 매달리고 있는 겁니다.
이 대목을 노린 불법 논술 고액 과외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시교육청이 특별단속을 벌였는데요. 열 달에 1,200만원을 받는 등 고액논술방 30여 곳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남북 간 팽팽한 긴장감 만큼, 남한사회 안에선 수시 2차를 노리는 수험생 간의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해 11월 셋째주는 '논술주간' 이었네
이쯤 되면 이상 과열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논술 면접에 학생들이 이렇게 매달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능 점수가 크게 떨어진 게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너도나도 생각보다 수능을 못 봤다고 불안감을 느끼다 보니까, 수능 반영비율이 높은 정시보단 그 전에 수시 2차 전형을 노리는 겁니다. 수시 2차 전형에선 대학들이 주로 논술이나 면접, 전공적성검사를 봅니다.
이번 주말 이틀 동안 무려 22개 대학의 2차 전형 시험이 몰린 것도 이상과열의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27일 토요일은 고려대와 서강대, 한양대 등 16곳이 논술 면접 등을 봤고요. 일요일인 다음 날은 숙명여대 등 6곳 시험이 몰려있었죠. 고대, 서강대 등 수도권 중상위대학 10곳이 논술시험을 보는데, 이러다 보니 지난 한 주간 전국 수험생들 상당수가 논술 과외나 학원에 집중하고, 이른바 논술고시생까지 등장할 만큼 논술 사교육 열기가 높았던 겁니다. 2010년 11월 셋째주는 '대한민국 논술주간'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려운 수능' 최대수혜자는 가톨릭대와 숙명여대?
이 같은 입시 경쟁은 그대로 대학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수도권의 가톨릭대가 190여 명을 모집하는데 8천여 명이 지원해 6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전형이 수능을 보지 않고, 전공적성검사 60%, 학생부 40%로만 뽑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거 몰린 겁니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을 노리다 수능 못본 학생들이 노리기 딱좋은 학과였죠.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마 가톨릭대만큼 엄청난 인기를 실감한 학교는 숙명여대였습니다. 숙대 논술우수자 전형 역시 같은 이유로 지난해 28대 1에서 2배 가까이 뛴 47대 1로 경쟁률이 급상승했습니다. 이 밖에 경원대 일반전형이 58대 1, 강남대 33대 1, 단국대도 49대 1등 수시 2차 전형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경쟁률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경쟁률이 수직상승한 대학의 공통점은 수능 시험 뒤 며칠간 원서접수가 계속됐다는 겁니다. 내년부터 문과의 경우엔 수학에 미적분이 포함되는 등 교육과정 변화가 예고된 탓에 재수 기피현상도 어느때 보다 극심한데요. 이 모든 게 맞물리면서, 사교육계에선 이 가톨릭대와 숙대가 어려운 수능의 최대수혜자란 말이 나왔습니다. 전형료 수입이 크게 는 것도 말할 필요가 없겠죠.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이런 입시경쟁, 수시가 끝난 뒤엔 정시 눈치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수시 2차 합격자는 12월 12일 발표되는데요. 다음달 8일 수능 성적이 나오면 수험생들은 또 한 번 정시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올해 정시 모집규모는 14만 9천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9천 900명 정도 줄었는데요. 반면 전체 수험생 규모는 71만 2천여 명으로 작년보다 5% 늘었기 때문에 정시 경쟁률은 당연히 상승할 걸로 보입니다.
수시 2차 전형에서, 가톨릭대와 숙대의 경쟁률이 뛴 것처럼 중위권을 중심으로 극심한 하향 안전지원 추세가 강해질 걸로 보입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웬만한 이슈는 기사가 되기 힘들어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올해 91년생 또는 92년생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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