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자가 보증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연대보증각서에 서명했다면 그 각서는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지영 판사는 30일 S보험사가 "3천800여만을 반환하라"며 교통사고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임모(28)씨와 연대보증각서에 서명한 임씨의 부친(62)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전액을 물어주라"고 판결했으나 부친의 연대보증 책임을 묻는 청구는 기각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8월 외제차의 중고 휠과 타이어를 600만원에 매입하고도 3천500여만원에 산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차량 보험가액을 올린 뒤 친구들로 하여금 자신이 주차해 놓은 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도록 했다.
사기 의혹을 품은 S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으나 임씨의 독촉이 계속되자 "수사 결과 보험사기로 판명될 경우를 대비해 보증인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임씨는 문맹자인 아버지에게 "차량 수리에 필요하니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뒤 보험사 직원과 함께 찾아가 한글을 모르는 부친을 대신해 연대보증각서에 서명했다.
그 뒤 임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지급받은 보험금 중 2천만원을 반환했고, S사는 "나머지 3천800만원을 돌려달라"며 임씨와 그의 부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사는 임씨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부친 책임과 관련, "보험사 직원은 임씨의 부친이 설명을 들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읽어주거나 설명하지 않은 채 아들이 대신 날인하도록 했다"며 "이는 자신이 표시한 내용과 내심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음을 모르고 날인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임씨의 부친은 각서의 실제 내용을 알았더라면 서명.날인을 위임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가 착오에 의해 서명.날인을 위임한 것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 착오에 인한 것으로 피고가 이를 이유로 각서에 표시된 보증의사표시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연합뉴스)
"문맹자 내용 모르고 보증 섰다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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