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9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과 주식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현대건설 인수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섰다.
현대그룹은 자금력이 풍부한 재계 2위의 현대차그룹과 싸워 지난 16일 채권단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힘겹게 얻어냈으나, 이후 제기된 인수자금 출처 논란 등으로 인수절차상 예고된 MOU 체결마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자금 용도로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대출금 1조 2천억 원의 성격 등을 놓고 국회 정무위에서까지 논란이 일면서 MOU도 체결하기 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논란의 핵심에 현대차그룹이 있다고 보고, 입찰규정상 이의제기 금지조항 등을 들어 현대차그룹에 대해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채권단에서 요구한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에 대한 추가 증빙 자료에 대해서도 "이미 자금의 성격에 대해 소명한 만큼 입찰규정에 없는 자료까지 제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외환은행과 MOU를 체결하면서 입찰서류에 허위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하는 조항을 추가했지만, 일단 잡은 승기(勝機)를 놓치지 않고 인수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게 됐다.
◇현대건설 인수 마무리하면 재계 12위 도약 = 공기업과 비(非)오너기업을 제외하면 현대그룹의 국내 재계순위는 17위다.
현대그룹이 본계약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현대건설의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면 자산규모 22조 3천억 원, 매출 21조 4천억 원에 이르러 두산과 한화에 이어 재계순위 12위 그룹으로 단숨에 도약한다.
비오너기업인 포스코와 KT 등을 포함하는 대기업 순위에선 21위에서 14위로 뛰어오른다.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2020년까지 현대건설을 연간 수주 150조원,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률 9%대로 올려 세계 5위의 종합건설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어 설계, 자재구매 및 시공 일괄관리(EPCM) 역량을 강화해 주력사업인 화공플랜트,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사업 등을 더욱 키우겠다는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북한, 러시아,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고성장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모바일 항만이나 해양도시, 그린빌딩, 그린교통 무인궤도택시(PRT), 수처리 플랜트 등 신성장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을 기존의 일괄도급방식(EPC)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전문 엔지니어링업체로 육성하고, 현대도시개발이 맡은 서산간척지를 관광단지와 친환경 공업단지가 접목된 미래형 그린도시로 개발하는 사업방안을 제시했다.
◇건설업계 단기 판도 변화는 없을 듯 =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되면 현대차그룹보다 모기업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국내 시공능력 1위인 현대건설이 지켜온 독주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20조원으로 건설경기 침체와 그룹사의 지원 없이도 3분기까지 전체 목표액의 80%를 달성했고,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만 100억 달러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다.
유망 사업분야인 원자력발전소 공사에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독보적인 시공경험과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현대그룹의 계열사를 대신해 그룹의 '돈 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 현대건설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대그룹이 5조 5천100억 원의 막대한 금액을 써냄에 따라 앞으로 재무적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의 상당 부분을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으로 갚아야 할 것"이라며 "현대건설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건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놓고 MOU 체결을 안 하면 채권단에 법적인 책임이 가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각 절차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대건설 인수에 한 발짝 다가선 현대그룹
주식매각 MOU…인수 마무리하면 재계 12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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