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화마 휩쓴 연평도…"다시는 안 돌아온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발생한 지 3일째인 25일 집으로 돌아온 연평도 주민들은 처참한 광경에 넋을 잃었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연평도 부두에 도착한 인천발 여객선에서 내린 한 50대 여성은 부두에 발을 내딛으면서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이 여성은 "이제 짐을 챙겨 떠나면 그동안 가꿔온 터전을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너무 허망하다"라고 말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온 40대 여성도 굳은 표정으로 중요한 것만 챙겨 바로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객선에서 내린 주민 40여 명은 앞 다퉈 집으로 향했다.

부두에 승용차를 대놓지 않았거나 차가 없는 주민들은 이동수단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고, 1t 트럭 짐칸에 10여 명이 쪼그려 타는 모습도 보였다.

한 70대 할머니는 급한 마음에 이미 출발한 트럭 뒤에 매달렸다가 제지 당하기도 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마을 한복판에 도착한 주민들은 발을 멈춘 채 "이걸 어쩌나"란 말만 되뇌일 뿐이었다.

대문 맞은 편 집들이 포탄을 맞아 전소된 김음석(34)씨는 멍하니 불탄 자국을 노려보다 주변 길을 배회하길 반복했다.

김 씨는 "아버지랑 같이 지어서 23년간 함께 산 집을 버려야 할 지경이다. 정말 할 말이 없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손녀와 함께 집에 돌아온 김옥선(75.여) 할머니는 손이 떨려 한참 동안 가방 속에서 열쇠를 찾지 못했다.

문을 여니 마루바닥은 폭발 충격에 형광등이 떨어져 온통 유리조각 투성이었고, 벽에 걸린 환갑 사진이 담긴 액자는 끈이 떨어져 덜렁였다.

손녀 백슬기(19)씨는 "친척집에 가 있던 중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까지 심할 줄 몰랐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 민박집 겸 식당 앞에서는 주인이 한창 식재료를 다듬던 중 포탄이 떨어지자 피신한 듯 수도꼭지 아래 광어들이 비린내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식당 앞에서 만난 이형수(57)씨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 "나는 그날 7중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첫 포탄이 떨어지면서 7중대와 주변 숲이 삽시간에 불바다가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 씨는 쓸쓸한 표정으로 "처음에는 불발탄이 터진 줄 알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전화로 북한이 공격했다고 당장 피하라고 하더라. 간신히 마을을 벗어나니 2차 공격이 시작됐고, 마을은 연기로 뒤덮였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한편 아직 인천으로 피난하지 않은 주민들은 앞다퉈 부두로 몰렸고, 연평도 주민들간의 인사는 '안녕하시냐' 대신 '오늘 안 나가시냐'가 됐다.

고모(65)씨는"묵을 곳도 없지만 일단 나갔다가 상황 봐서 들어오겠다. 한미합동훈련도 있고 해서 다시 도발할 것이 걱정돼 집사람과 같이 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꽃게잡이가 생업이라는 심일근(39)씨는 "겨울철이라도 한번 녹았다 얼리면 못 쓰게 되기 때문에 저장했던 꽃게를 다 버려야 한다. 지금 형님하고 나하고 약 10억 원 정도 손실난 것 같다. 지금까지 버티긴 했는데 포탄에 유리가 다 깨지고 전기도 나가 못 견디겠다"라고 밝혔다.

집앞 텃밭에서 무를 뽑고 김치 등 식료품을 챙기던 한 주민은 "북한이 대포를 쏘는 데 우리는 포가 고장 나다니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 줄 아무도 모르는데 무서워서 살겠냐. 이번에 나가면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역정을 냈다.

(연평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