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유행입니다. '직구' 방법을 모르신다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쳐 보기만 해도 자상한 안내가 주루룩 나옵니다. 그만큼 '직구'열풍은 입소문을 타고, 또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퍼지고 있습니다.
주로 미국 사이트에서 의류나 유아용품, 그릇 등의 제품을 많이 삽니다. 수많은 국내 쇼핑몰 놔두고 번거롭게…왜 그럴까요?
'영어로 된' 미국 사이트 돌아다니며 주문해야 하고, 현지에 있는 배송대행 업체를 통해 받아보아야 하고 (대부분 미국 내 배송만 해 주기 때문에) 배송 기간도 2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직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 하나, <싼 가격> 때문입니다. 가격 차이가 여간 많이 나는 게 아닙니다.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A브랜드 아기 옷, 이 브랜드의 미국 사이트에선 가끔 큰 폭의 세일까지 하는데 이 세일기간에 29달러(약 3만3천 원)에 구입한 옷이 국내 모 백화점에서 확인해보니 3배가 넘는, 10만9천 원에 팔리고 있더군요.
아기용 로션도 4배 이상 차이가 나고 성인용 신발, 옷, 그릇 등 모두 2-3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 '직구'하는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외국 판매가를 알고 나니, 국내에서 살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국산 제품을 사려고 해도, 가격대가 너무 높다는 겁니다.
개인이 외국에서 물건을 사도 이렇게 싼데, 기업들이 대량 들여오는 것은 더 쌀 텐데, 왜 그렇게 싼 물건을 몇 배씩 폭리를 취해가며 파는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럼 유독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물건값이 뛰는 이유는 ?
1) 비싼 유통비용
2) 고가 마케팅에 따른 가격 거품
3) 미국의 잦은 폭탄세일로 인한 가격 격차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백화점 판매가가 유독 비싼 이유는 개별 매장이 '입점'하는 구조인 우리나라 백화점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보통 30% 안팎 (많게는 40%) 된다고 하는데, 의류의 경우엔 관세가 13%, 여기에다 국제 항공배송료, 국내 운송료 등이 또 붙고 여기다 업체 마진을 붙인 것이 최종 판매가가 됩니다.
미국의 경우엔 백화점이 물건을 사들여 총 판매권을 갖고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재고 처리를 백화점이 책임져야 하고 따라서 연말이나 추수감사절 등의 계기가 있을 때 '폭탄 세일'을 종종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물건을 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이렇게 헐값에 산 물건의 국내 판매가격을 알고 비교하게 되면, 더욱 직구에 빠져 들게 되는 것입니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생각도 문제가 있습니다. 명품 업체들이 한국의 판매가를 자꾸 인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선입견과 관련 있습니다. 비싸서 아무나 쉽게 살 수 없어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또, 자녀들 것으로는 능력이 되는 한, '제일 좋은 걸' 사주고 싶어하는 게 부모들의 특성인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어린이용 제품은 유독 원가 대비 비싼 가격을 매기는 업체들도 문제입니다. 전반적인 '가격 거품'이 심한 상태입니다.
'직구'하는 게 정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구매 대행'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주문만 하면, 업체에서 현지에서 사서 배송까지 해 주는 건데 소비자는 배송비와 통관료, 관세 등이 모두 포함된 최종 가격만 이 업체에게 지불하면 됩니다.
'직구'하는 것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여전히 국내 판매가보다는 30% 이상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처음 등장한 구매대행 시장은, 현재 연간 8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직구나 구매대행을 할 때는 무엇보다 환불, 교환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해야 합니다.
아직 해외 인터넷구매에 대해서는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배송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사업자들은 '먹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신뢰할 만한 사이트인지를 먼저 점검해 보시는 게 좋겠네요.
다행인 것은 해외 여행이 늘고, '직구'하거나 '배송대행'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 물건이 해외에서는 얼마에 팔리는지, 수입 원가는 얼마인지, 관세나 배송료는 얼마인지, 훤하게 파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수입품에 무조건 비싼 가격을 매기고 안 되면 나중에 세일해서 팔자는 업체들의 자세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분위기가 빨리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굳이 번거롭게 해외 구매에 나설 이유도 없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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