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16일 현대기아차그룹을 제치고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관심을 끌고 있다.
현 회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렸던 이번 인수전에서 재계서열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을 누르고 현대건설을 품에 안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정은 회장의 강력한 인수의지가 결국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을 되찾아 오는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자금력 등에서 현대기아차그룹에 절대 열세였던 현대그룹은 인수가격으로 5조원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5천억~4조원으로 예상됐던 가격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일각에서 '승자의 저주'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현 회장은 "현대건설을 반드시 되찾겠다"며 현대기아차그룹을 능가하는 액수를 제시함으로써 가격과 비가격 요소에서 모두 경쟁사를 물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현대건설을 현대기아차그룹에 넘겼을 때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은 물론 장기적으로 순환출자구조가 깨져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인수전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각이 많다.
현 회장은 이처럼 배수의 진을 치고 '골리앗'인 현대기아차그룹에 도전해 결국 현대건설을 손아귀에 넣어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바탕을 마련했다.
현 회장의 이 같은 승부사 기질은 2003년 현대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르면서 줄곧 부각됐다.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과 사별한 지 3개월여 만에 현대그룹 경영을 떠맡은 현 회장은 이후 수차례 경영권을 위협받았지만 꿋꿋한 자세와 승부사 기질로 난관을 헤쳐왔다.
현 회장은 '현대가의 며느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하자마자 이른바 '숙부의 난'이라는 위기국면을 맞아야 했다.
정몽헌 회장이 타계하자마자 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KCC의 공시 위반 등을 문제 삼아 경영권을 방어해냈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진 과정에서 북측이 자신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현 회장은 방북 카드를 꺼내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등 돌파력을 과시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2008년 7월11일 박왕자 씨 피격사건을 계기로 중단된 상태다.
현 회장은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대북 개발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더욱 탄탄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오히려 사업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취임한지 7년 만에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되찾게 된 현 회장은 "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과도한 차입으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 회장이 이를 불식시키고 재계서열 12위로 올라선 현대그룹을 순탄하게 이끌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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