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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일본피겨, 아사다 가고 무라카미 시대 오나?

그랑프리 4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일본의 신예 무라카미 카나코가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2위를 기록 하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시니어 데뷔 첫해부터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09년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1위를 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무라카미는 그 기세를 몰아 시니어 무대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무라카미가 앞으로 여성 피겨계를 짊어질 선수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와 직접적으로 소치올림픽에서 대결할 선수들은 아직 주니어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앞으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와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 폴리나 쉘펜등과 시합에서 겨뤄야 한다.

이들은 올해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피겨천재라고 불리는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는 3럿츠 3토 점프를 구사하고 트리플 악셀까지 연습하고 있어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될 전망이다. 그에 비해 무라카미는 3-3점프를 뛰기는 하지만 둘 다 토룹 점프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데 크게 이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3토-3토 점프는 트리플컴비네이션 점프에서 가장 쉬운 점프에 속한다. 앞 점프를 플립이나 럿츠로 뛰는 선수들 보다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3럿츠-3토룹 점프를 올림픽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성공시킨 여자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그만큼 3-3점프도 어떤 점프를 뛰느냐에 따라 난이도 차이가 높기 때문에 무라카미가 지금 뛰는 점프로는 경쟁력을 키우기에 충분하지 않다.

러시아 선수들은 모두 무라카미 보다 나이가 어려 앞으로 다가올 올림픽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여자선수는 한살 차이라도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끼칠 만큼 체력적인 부분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러시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김해진과 이호정, 박소연등 '김연아 키즈'들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들이다. 김해진은 부상으로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부진하였지만 워낙 견고한 점프 능력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심각한 체형적인 변화만 오지 않는다면 무난히 상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선수이다. 무엇보다 실전에서 더 강한 선수 라서 국제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만 하다.

이호정 역시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성장중이다. 프로그램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앞으로 가능한 점프의 갯수와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박소연은 아직 주니어에도 데뷔하지 않은 노비스 선수이다. 그럼에도 국내 선수들 중 김연아 다음으로 가장 스케일이 큰 점프를 구사한다.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공만 한다면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트리플 럿츠의 진행방식이 정확하여 그의 스케이팅 기술 중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주니어와 노비스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고 무라카미 역시 아직 16세로 신체성장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어떤 체형적인 변화가 오느냐에 따라 선수로서의 위치가 달라질 것이다. 무라카미는 157cm의 작은 키이기 때문에 점프를 뛸 때 더 쉽게 구사할 수 있다. 키가 작을수록 점프를 뛰는데 유리하며 160cm이상으로 크지 않는다면 한꺼번에 점프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라카미의 가장 큰 문제는 신체적인 영향보다 기초가 부실하다는데 있다.

아사다는 07~80시즌부터 서서히 점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번 시즌에는 최악의 경기를 보여주며 부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점프를 배울 때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가 성장하며 구사할 수 있는 점프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빨리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정확하게 배우지 못했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례하게 되었다.

지금 무라카미가 뛰는 점프의 매커니즘은 아사다와 거의 똑같다. 점프를 뛰기 전에 준비 자세나 정확하지 않은 엣지는 마치 아사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3토-3토 점프를 뛰기 때문에 스케이트 토는 제대로 사용하는 편이지만 이 역시 회전수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아웃엣지를 사용하는 럿츠를 인엣지로 뛰어 잘못된 엣지 판정을 받고 있고 룹점프는 성공률이 떨어져 프로그램에 넣지 않거나 뛰더라도 실패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무라카미가 제2의 아사다가 되기에는 벌써부터 선수로서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아사다 역시 제대로 된 점프를 뛰지 못하지만 07~08시즌까지는 탁월한 무릎 사용으로 부드럽고 유연한 스케이팅을 보여 왔다. 하지만 무라카미의 스케이팅은 거칠고 정돈되어 있지 않다. 스피드가 빠른편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을 성급하게 수행하며 무엇보다 안정된 느낌을 주지 못한다. 거기다 엣지를 얇게 사용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스케이팅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선택할 카드는 무라카미 밖에 없다. 선수층이 두텁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가 없고 예술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아사다가 극심한 하락세이기 때문에 다음으로 활약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라카미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일본의 새로운 피겨간판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벌써부터 스폰서가 30개가 넘을 만큼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빠른 성장보다 얼마나 정직하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가 이다. 아사다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긴 했지만 매 년 실력이 하락하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이제는 그 전의 기량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무라카미가 아사다와 똑같은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점프들을 손볼 수 있는 지금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조애니 로쉐트는 잘못된 점프를 고치기 위하여 거의 2~3년을 고생하였다. 하지만 그 근성과 노력으로 중위권 선수에서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김연아 역시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며 남들 보다 더 힘든 훈련과정을 겪어야 했지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기술이 퇴보되지 않는 실력을 갖게 되었다. 이들 모두 남들 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무라카미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선수생활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

이계숙 SBS U포터 http://ublog.sbs.co.kr/slangs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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