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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 1년…상처 '여전'

일본인 관광객 10명과 한국인 5명 등 모두 15명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1명이 부상한 부산 국제시장 내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가 14일로 꼭 1년이 된다.

이처럼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희생자 가족들은 갑작스런 화재로 가족을 떠나보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화재로 숨진 여행가이드 문민자(당시 68세)씨의 아들 박현수(39)씨는 "1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아직 어머니 옷과 아끼던 물건들을 여전히 집에 놔둔 채 살아가고 있다. 아직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지난주 어머니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1주기가 되는 14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를 모셔 둔 삼랑진에 있는 납골당에 갈 예정이다.

박씨는 "어머니는 일흔을 앞에 둔 고령이셨지만 늘 공부하며 활동적으로 사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워낙 큰 이슈가 됐던 사건이라 치료비와 장례비는 지원받았지만 어떻게 사람 목숨과 견줄 수 있겠느냐. 참사가 나자 제도적으로 개선해보겠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흐지부지돼 바뀐 것은 거의 없고 서둘러 덮어버린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박씨는 "잊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잊혀지지도 않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라며 "한국인 피해자 가족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일본인 피해자 가족들이 사격장 주인과 관리인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데 큰 불만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9일 찾아간 부산 국제시장 내 실내사격장 인근 상가는 겉으로 보기엔 화재참사의 상처가 다 아문 듯 했다.

부산으로 관광 온 일본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고 상인들도 밝은 표정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이 났던 실내사격장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나무합판으로 막혀 있어 안을 전혀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실탄사격장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과 사격하는 모습이 담긴 광고 현수막만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격장 바로 아래 액세서리 가게에서 여행가이드 김미자씨를 만났다.

김씨는 화재 당시 사격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앉아 있다 연기를 마셔 부상을 입었었다.
화재 얘기에 눈시울부터 붉어진 김씨는 "화재가 난지 1년이 다돼가지만 매일 악몽을 꾼다."라고 말했다.

연기에 검게 그을린 사람들이 나타나거나 갑작스럽게 검은 벽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잠을 깬다고 했다.

텔레비전에서 연기만 봐도, 조그만 소리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화재가 나고 한달간은 전깃불을 켜놓고 잠을 잤다는 김씨는 "아직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리고 손도 떨린다. 화재로 숨진 가이드 문민자 언니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입에 대고 있는 수건 바꿔줄까라고 말했을 때 또렷하게 대답했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격장 맞은 편 1층에서 옷가게를 하는 권정희씨도 사격장 화재 얘기에 고개를 떨구었다.

권씨는 "갑자기 시커먼 연기가 뭉쳐 나왔고 이어 시뻘건 불길이 가게 밖으로 나와 놀랐다. 사격장 직원 임재훈씨가 간신히 탈출해 가게로 기어오길래 119에 신고했으니 걱정말라고 했는데, 끝내 숨져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불이 나고 두 달간은 장사를 아예 하지 못했다고 했다.

첫 한달은 취재진이 몰려 가게 앞 길을 봉쇄해 버려서 그랬고 다음 한달은 사람들이 무섭다며 가게 앞길을 지나지 않는 바람에 장사를 못했다.

권씨는 "사격장 앞 길을 가려다 사격장 간판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고 가게 위 2층에서 사는데 밤에는 무서워 나오지도 못했다."라며 "최근에서야 손님이 좀 늘고 장사가 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참사가 난지 1년이 돼 가지만 사격장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격장 바로 아래 층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박기옥씨는 "국제시장에 온 일본인들은 반드시 사격장 앞을 찾는 것 같다.

가이드들이 데려 오는 경우도 있고 일본인들이 '참사가 있었던 사격장에 데려다 달라'라고 요청해 온다고 들었다.

대부분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하고 간다. 꽃이나 담배, 맥주를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인 피해자 가족과 한국인 피해자 가족들은 14일 부산에서 추도행사를 연다.

오전엔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추도행사를 연 다음 오후에 사격장 앞에서 희생자 넋을 기리는 헌화행사를 한 다음 용두산공원에서 일본인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연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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