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커다란 수사만 5개에 달합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대검 중수부의 C&그룹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천신일 회장 로비 의혹, 서울서부지검 한화와 태광 그룹 비자금 의혹, 서울북부지검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등등…
여기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하는 경기 고양 식사지구 인허가 의혹 수사도 언제 대형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지 모릅니다. 또 아직 본격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지 않은 대검 중앙수사부의 중수1과도 조만간 굴지의 대기업을 사단 내기 위해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계는 물론 정치계까지 아우성입니다. 재계는 경제가 심상치 않은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정치권에서도 야당이 먼저 검찰에 대해 "편파수사를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포문을 열더니 이제는 여당까지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 소리를 합니다.
그러자 언론이 검찰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내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사에 나서 시끄럽기만 했지 결과를 내지 못한다'거나, '압수수색만 잔뜩 하면서 아직 제대로 된 기소자도 없으니 압수수색 검찰이냐'는 비아냥에, '오랫동안 수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기업은 물론 재계 전체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까지.
그런데 검찰은 이런 언론들의 지적에 대해 말 그대로 '어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우선 청목회 사건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수사에서도 검찰이 먼저 '정치인 리스트'나 '정치권 로비 대상자'가 있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습니다. 모두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라는 것이죠. 사실 저도 최근 검찰을 취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까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말을 무척 아낀다는 것입니다. 제기되는 이런저런 정치인 관련 의혹들에 대해 확인해주는 것조차 몹시 부담스러워 합니다.
저희 SBS도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된 정치인들의 이니셜을 보도하고 연관된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검찰이 명확히 확인해준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정치권이나 재계에서 개별적으로 취재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사항에 대해 검찰쪽에 확인해볼 때 굳이 부인을 하지 않으면 보도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정치인 소환자가 아직 한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근거로 정치권에서 신경질을 내는 지금의 상황은 검찰 입장에서는 '황당'할 뿐입니다. 나아가 최근 정치권의 반발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정치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런저런 의혹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분들입니다. 잠재적 피의자가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발하는 모양새여서 민망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재계가 위축된다는 지적은 정치인 관련 문제제기보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한화 그룹의 경우 현재 1달 반 넘게 수사를 받고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럽겠죠. 태광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이들 그룹에 대한 수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화 그룹의 경우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뭔가 수상 쩍어 보이는 뭉칫돈이 그룹 관련 차명계좌를 통해 흘러다닌다는 정황이 드러났던 만큼 이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태광산업은 한 술 더떠서 편법 증여 의혹까지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사가 필요한 그룹들이고, 적어도 검찰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기업을 괴롭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게다가 이들 그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니까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떠든 곳이 어디입니까? 도하 대부분의 언론사들 아닌가요? 거의 십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던 모든 사항을 끄집어내서 마치 최근 새롭게 확인된 사실인양 보도하며 부풀린 쪽은 언론사들입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된 사항들은 한번씩은 짚어봐야 하고 당연히 수사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번에는 수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검찰을 비난합니다. '도대체 어는 장단에 맞추라는 얘기냐'는 검찰의 푸념에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거의 1년 반 동안 수사다운 수사 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깨끗해지고 부패나 비리가 없어져서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썩고 문드러진 상처를 덮어 놓고 모른 채 지나가는 것이라면 전혀 '공정'한 태도일 리 없습니다. 이제 1년 반만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면 일단 기다려봐야 합니다.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 그때까서 제대로 된 수사인지, 절차에 문제는 없었는지,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 따지고 지적해야 할 것 아닙니까. 수사 시작한 지 한달 조금 넘었다고 벌써 갖가지 트집을 잡는 정치권이나 재계, 언론의 저의에 저는 오히려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