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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통째로 훔친다고?

전국을 돈 소나무 절도단

경찰에 붙잡히는 절도 피의자들이 훔치는 물건들을 보면 가짓수도,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이러니 경찰에서 수사하는 사건들은 더 많을 것이고, 경찰에 신고되는 사건만 모아봐도 정말 어마어마한 양일 겁니다.

소위 '나쁜놈'을 붙잡았다는 것 자체도 기사가 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사건이 적지 않다 보니... 어마어마한 양을 훔쳤거나, 교묘한 수법으로 훔쳤거나, 정말 특이한 걸 훔친 경우 소위 '기사거리'가 되고 더 쉽게 기사화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국을 돌며 야산에서 희귀소나무 200여 그루를 훔친 소나무 절도단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무언가를 훔쳐가려면 쉽게 운반할 수 있으면서 비싼 게 좋겠죠. 대표적인 게 귀금속이나 현금일 겁니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금은방이나 금고는 도둑이 접근하기 어렵도록 갖가지 안전장치를 해놓죠. 절도단은 전국 야산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고급주택이나 관공서에 심어진 조경용 소나무들 보면 '못생긴' 소나무들 많죠. 제멋대로 휘어지고, 억지로 자라난 모습들. 조경용 소나무는 이럴수록 더욱 값이 나간다고 합니다. 원래 소나무는 곧게 자라나는 특성이지만 자연에서 바위틈에서 자라나거나 햇빛을 고루 받지 못하면 기형으로 자라게 되는데요. 비싼 기형소나무들은 한 그루에 억대를 호가하기도 합니다.

소나무 절도단은 이런 희귀소나무를 훔치기 위해 전국의 야산을 돌았습니다. 훔칠 대상이 만만한 게 아니니까 혼자 힘으론 어려웠겠죠. 값어치 나가는 소나무를 분별해 알려주는 일명 '찍새'부터 중장비 기사, 나무를 뿌리채 뽑는 역할, 운반책, 판매책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망이 있었습니다.

경북 영주에서 야생버섯을 키워 팔며 임업을 하던 안모 씨 산에도 소나무 절도단이 들이닥쳤습니다. 사람들 몰래 밤에 산에 가서 산 정상부에 있는 소나무를 뿌리채 뽑아갔다고 하지만, 큰 소나무를 뽑아서 산 아래까지 실어 내려오려면 사실상 산에 길을 내야하기 때문에 산은 들이닥쳤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사실상 산을 통째로 훔친 것처럼 안 씨의 산은 망가져 버렸습니다. 몇 년 동안 버섯도 안 날 것 같고요.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나무지만, 소나무 분재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땅을 제법 가리는 종이고 환경이 바뀌면 소나무가 말라죽기 십상이기 때문인데요. 절도단은 소나무를 많이 훔쳐서 싼값에라도 팔아치워버리는 게 목적이지 잘 가꾸고 보존하는 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이 훔친 소나무 200그루 가운데 절반 가량은 말라죽었습니다. 몇 그루가 말라죽었든 산이 엉망이 된 걸 생각하면 엄청난 환경파괴에 (산 주인에게는) 재산피해를 입힌 거죠.

여기에 또 소나무는 전국적으로 문제가 됐던 재선충 문제도 있습니다. 산림청에선 작은 소나무 하나 옮겨심는 것도 이 재선충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요. 절도단이 훔친 소나무에서 재선충이 옮아온 경우는 다행히 아직 없다고 합니다. 재선충까지 옮아 왔다면 정말 돈 때문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들인 꼴이 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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