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법을 둘러싼 여야의 어처구니 없는 밀고 당기기가 오늘도 한창입니다.
일명 SSM법으로 불리는 법안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또 하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미터 이내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법이고, 대중소기업 상생법은 가맹점 형태의 수퍼마켓도 사업조정신청 대상이 되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 두법 모두, 외교통상부는 WTO나 한-EU FTA 협정에서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는 견해였습니다.
GATS 즉,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에 서비스 활동의 총량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는데 사업영역에 제한을 둔다거나, 사업조정을 통해 판매품목이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GATS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상 두 법이 국제통상규범에는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정부와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은 처리해도 되고, 상생법은 일단 미루자고 했던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이번에 개정한 부분은 3년 동안만 발효되는 법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와 서비스 시장이 상호 개방돼 있는 다른 나라에서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우리나라 유통시장의 특성, 재래시장 보호 등의 가치관을 설명하면 3년 정도는 참아줄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한나라당의 논리가 궁색합니다.
국익을 위해서 상생법 처리는 일단 미루자고 했던 한나라당이 더이상 국익을 위해 참을 수 없는 사정이 생긴 모양입니다.
유통법과 상생법을 동시에 처리해야 중소상인 보호의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야당의 주장에도 꿋꿋이 국익을 외치더니, 지난주 상생법도 12월 9일까지 처리하겠다고 야당과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국제적 분쟁 소지가 있는 법은 뒤로 미루어 처리하기로 함으로써, 한-EU FTA 협정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내법을 바꿔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 나라가 되야하지 않겠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방선거, 보궐선거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중소상인들의 압력을 받았는지 아느냐, 그럼에도 국익을 위해 상생법 처리를 늦춰왔고 그래서 손해를 봐왔다'고 억울한 듯 토로합니다.
'국제적 분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소상인을 위해 상생법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 달라고 호소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국제적 분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소상인을 위해야 한다는 가치관이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그런 입장을 밝히고 한-EU FTA 협상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협상 중에는 상생법 미루다 안할 것 처럼 했다가, 체결 되자마자 12월에는 처리하겠다고 선언해버리는 것에 대해 어느 누가 '그래도 당장 처리한 건 아니군' 하면서 고마워하겠습니까?
또 국익을 정말 위해서였다면, 끝까지 국익을 위해서 안 할 것은 안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언제는 국익을 그렇게 외치더니 갑자기 중소상인 보호를 외치니, 당황스럽습니다.
결국 그동안 선거에서 표에 손해를 봤다는 것, 이제 더이상 손해를 못 보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국익과 표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가 '유통법 먼저 상생법 나중'이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닐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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