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부터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EO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보험상품이 있습니다. 이라는 상품인데, 일명 <사장님 보험>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개략적으로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회사(법인)가 법인 명의로 보험 상품을 계약합니다. 그리고 회삿돈으로 매달 보험료를 납부합니다. 1회 보험료는 보통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입니다. 이렇게 5년~ 10년 보험금을 부으면 액수가 상당하겠죠?
이후 CEO가 퇴직하는 시점에 계약자 명의를 '대표 및 임원'으로 변경하고, 그동안 부은 보험료를 퇴직금 명목으로 CEO에게 지급합니다. 회삿돈이 개인에게 근로소득으로 넘어가면 최대 38%대의 세금을 내야하는데, 이렇게 퇴직금화 해서 지급하면 약 5%, 7분의 1정도의 세금만 내고 회삿돈을 개인 자금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엄청난 혜택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국내 대형 보험사, 은행을 중심으로 상품이 날개돋친 듯 팔렸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는 물론이고, 강남의 세무사들까지 초청해 상품을 홍보했다고 합니다. 절세 혜택을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서, 돈 많은 사장님들을 집중 공략하라고 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회 보험료가 10~20만원 하는 상품을 여러건 유치하는 것보다 거액의 보험 상품을 파는게 매출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을 했겠죠. 실제로 한 대형 보험사 직원은 "애시당초 이 상품은 법인 자금을 개인자금으로 유용하고 싶어하는 부류를 상대로 만든 것이다. 모든 보험사들이 이 점을 마케팅 툴로 사용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렇게 절세 혜택을 얻으려면 회사의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일부 은행에서는 공짜로 회사 정관까지 변경해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고 합니다.
말은 절세라고 하는데, 왠지 횡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열심히 키운 대표 입장에서는 '이 정도 보상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 입장에서는 회삿돈을 빼서 개인이 가져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융회사들이 설명하는 이런 엄청난 절세 혜택.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이 상품에 가입한 한 법인 대표가 최근 국세청에 질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절세를 해준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과연 절세가 과연 가능한건가요? 이렇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회신이 돌아왔습니다.
법인이 계약자 및 수익자를 법인으로, 임원을 피보험자로 하여 퇴직보험 외의 보험(이하 저축성 보험 이라 함)에 가입하고 해당 임원의 퇴직시 보험 계약자 및 수익자를 해당 임원으로 변경하는 경우, 법인이 부담한 저축성 보험의 보험료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 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해당 임원의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엄청난 절세 혜택은 없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금감원은 일부 보험회사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면서 기업 및 CEO 등에게 법인세 및 소득세의 혜택이 큰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상품 설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20여개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담당자를 불러 이런 절세 혜택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설명됐다면 '불완전 판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과 보험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퇴직플랜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여전히 절세 혜택이 엄청난 상품으로 포장된 채 말이죠. 이 상품에 계약한 대부분의 CEO들은 요즘 한창 보험료를 넣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 5~6년 후쯤 퇴직하는 시점에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난데 없는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노후와 관련된 사안이니만큼 금융회사도, 가입자도 한번 잘 따져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렇게 절세와 횡령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도덕적으로 질타를 받을 만한 금융상품은 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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