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원마을도 유행입니다. 도시 아파트와는 삶의 질이 다른 주거형태입니다. 농어촌 인구감소를 막겠다고 정부는 물론 지자체까지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과유불급인가 봅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유령마을로 전락한 곳도 이미 생겼습니다.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성주군의 한 마을, 야산 자락에 반듯한 택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한국농어촌 공사가 도시민들을 농촌에 불러들이겠다며 조성한 50가구 규모의 전원마을 부집니다.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입로를 비롯해 가로등과 배수로 등 기반시설도 모두 갖췄습니다.
이렇게 부지 조성 공사가 완료된 건 지난해 12월, 하지만 전체 50필지 가운데 지금까지 분양된 건 단 한 필지에 불과합니다.
부지가 조성된 지 10개월이나 지났지만 분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이렇게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관리도 부실해 빗물에 곳곳이 파여나가거나 무너져 내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주민 : 저거 오래됐는데 사업 시작한지가 오래 됐는데 아직 건축이 시작 안됐다고]
충북 제천의 또 다른 공사현장, 산 중턱을 깍아내고 공사가 한창입니다.
중장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산비탈에 집 터를 닦고 있습니다.
역시 한국농어촌공사가 도시민 유치를 목적으로 만들고 있는 전원주택 단지입니다.
1백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곳 전원마을에는 모두 51가구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양된 가구는 4가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어촌공사가 전국에 추진중인 전원마을 사업 부지는 모두 11곳, 총 사업비만 1천 3백억 원으로 지금까지 4백억 원이 넘게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분양에 들어간 5개 지구 233필지 가운데 분양된 것은 30필지, 분양율은 12%에 불과합니다.
단 한 필지도 분양하지 못한 사업지구도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들도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부동산 경기침체가) 기존에 입주하려던 분들이 투자를 꺼려하는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미분양에 허덕이던 농어촌 공사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6개 지구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농어촌공사만 이런 상황에 처한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전원마을 사업에 뛰어들었다 낭패를 보고 있습니다.
해발 4백 미터에 위치한 충북 충주시 앙성면의 한 마을, 충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21가구 규모의 전원마을 부지입니다.
이미 지난해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공사가 완료됐지만 현재까지 분양된 필지는 전체 21필지 가운데 1필지에 불과합니다.
시만 믿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민간사업자는 투자원금도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유제천/전원마을 추진위원장(민간사업자) : 저희들이 부지 매입하고 4, 5억 정도 들어갔는데 투자하신 분들은 지금 약간 힘들어하시죠. 회수가 안되니까]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침체.
여기에 수요자의 요구와 입지조건 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주먹 구구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원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대중교통이 들어오지 않는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있거나, 인접 도시 등과도 너무 떨어져 있어 의료나 문화시설 등을 이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주민 : 외진게 아니라 사람살 데가 아니지 거기는 요새 산에 별장을 지어서 사는 시대라서 그렇지 옛날 같으면 저기 집자리가 아니지]
경북 영천시의 경우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입지여건' 하나로 미분양 사태를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50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이 전원마을은 이례적으로 60% 이상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31필지 가운데 19필지가 분양됐고, 주택 건축도 속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구호/영천시청 농촌개발담당 : 대구시나 포항시와 접근성이 양호하고 골프장이라든가 승마장 이런 위락시설 많이 있어서]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입니다.
[송훈석/국회의원(농림수산식품위) :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미분양이 충분히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추진되고 있는 전원마을 사업은 무려 120여 건.
보다 면밀한 사업성 재검토와 치밀한 분양계획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농어촌에 활력을 주기 위한 '전원마을' 사업은 오히려 돈먹고 경관만 해치는 흉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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