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가 대한민국 문화공연에 흠뻑 취했습니다. 유타주 시더시라는 생소한 곳입니다. LA도 뉴욕도 워싱턴도 아닌데 무슨 사연인지 궁금합니다.
김도식 특파원입니다.
<기자>
미국 유타주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 시더.
한국 교민이라곤 채 10가구도 안 되는 이 한적한 시골 도시에 대규모 한국 공연단이 찾아왔습니다.
묘기에 가까운 태권도 시범단의 발차기와, 화려한 한복과 부채춤, 눈을 뗄 수 없는 상모 돌리기에서 공연은 절정을 이루고,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집니다.
[앨런 굿맨선/시더 시민 : 놀랍습니다. 힘차고, 아름답고, 문화가 느껴지는 공연입니다. 정말 멋집니다.]
LA 한국 문화원이 주관하는 문화공연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시더시와 한국의 인연은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시더를 비롯한 유타 남부 지역의 청년 6백 명이 경기도 가평에 파병됐습니다.
[조앤 그림쇼/참전 용사 부인 : 1950년 8월 10일에 결혼했는데, 결혼 9일 만에 이사람이 징집됐죠.]
1951년 5월 가평에서 중공군과 맞부딪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데일 크리스천선/참전 용사 : 새벽 2시쯤, 중공군과 북한군이 사방에 퍼져서 산을 넘어 내려오더군요.]
적군 350명을 사살하고 830명을 포로로 잡는 대승을 거뒀는데, 신기하게도 유타주의 청년 6백 명은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전투를 가평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시더 시민들에게 한국은 행운의 나라로 기억됩니다.
[조 버기스/시더시장 : 가평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게 1년 좀 넘었고, 많은 일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한 재미 동포의 오랜 노력 끝에 재작년에는 한국 정부가 시더시에 참전 기념비를 세워줬습니다.
그리고 참전용사들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한국 문화공연을 연 것입니다.
[써니 리/'가평의 기적' 알린 재미 동포 : 평생에 한국 사람들이 와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많이들 감동하셨고, 많이들 우셨어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시더 시민들은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한동안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전쟁으로 맺어진 인연이 60년 동안 이어지면서 시더시는 한국과 가장 가깝고 한국에 가장 우호적인 미국 도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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