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간에 두 번째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번 공방은 박 원내대표가 19일 지난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났을 때 시 부주석으로부터 '이명박 정부는 평화 훼방꾼'이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20일 다소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을 통해 "국내 정치 목적으로 외교를 악용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도 "이는 시 부주석을 모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본다"며 "당시 면담록도 보고 김 전 대통령이 쓴 회고록도 봤는데 그런 얘기가 없었고, 절대 그럴 리 없다. 박 원내대표가 시 부주석한테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측에서는 당시 통역관과 접촉, 당시 대화 내용을 직접 확인했고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 등에 대해 참모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심기가 아주 불편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에는 9월 초 이뤄진 이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목적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었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이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세계경제정책 포럼에 참가한 것을 두고 천안함 사태의 진실을 덮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 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때도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박 원내대표를 향해 '거짓말', '상식 밖의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었다.
당시에는 대변인 차원에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대응 수위를 한 차원 높인 것이다.
이는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인 서울 G20 정상회의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수석은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서 대통령을 공격하는 행위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이 시점에서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본질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외교 문제를 악용하고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 후반기 들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정치 공세의 시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임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유력 정치인이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근거 없는 발언을 계속 할 경우 여야 관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홍 수석은 "우선 박 원내대표가 어떻게 하느냐를 볼 것이며, 여러 대응방안이 추후에 있을 것"이라고 해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그냥 넘기지는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발언은 이번에 처음 한 게 아니라 그동안 몇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라면서 "그동안 청와대 참모들은 무엇을 하고 문제삼지 않다가 이제 와서 발끈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시 부주석은 김 전 대통령이 북핵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자 `미국이 북한을 너무 압박해 들어가고 있는데 미국을 움직이려면 한국이 하는 게 좀 나을 텐데 한국 정부가 그런 역할을 안해주고 있어 동북아 평화에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도 "시 부주석이 '남북이 같은 동포.형제인데 미국을 향한 북의 몇 가지 압박전술에 대해 흥분하며 감정적 대응을 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며 "훼방꾼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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