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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우리나라 성당은 남다른 기품이 있다.

성당은 남다른 기품이 자리한 곳이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수녀상은 언제나 인자한 어머니를 생각게 한다. 성당 안쪽의 벽에 새겨져 있는 14처의 그림이나 부조는 예수의 십자가 길을 떠올리게 한다. 유리창의 스테인글라스는 성당바깥의 따스한 숨결을 성단 안쪽으로 깊숙이 전달한다. 성당 자체가 사시사철 평온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그 길 끝을 기억해'라는 책을 펴낸 조은강이 이번에는 우리나라 성당을 찾아 순례길을 엮어냈다. 바로 '나의 아름다운 성당기행' 이 그것이다. 이는 전주 도심의 전통한옥과 곧잘 연결돼 있는 전동성당을 비롯해, 작고 검박한 시골 느낌의 익산 나바위 성당, 유명한 강론자로 알려진 김웅열 신부가 자리잡고 있던 감곡성당 등 우리나라 성당 14곳에 관한 기행문이다.

그녀는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성당을 나도 들었다 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친구 손을 맞잡고 성당을 찾아 미사도 드리고, 영성체도 받아들고, 또 힐데가르다 성녀를 따라 똑같은 세례명까지 받았던 그녀다. 하지만 신앙과 사상이라는 두 간극 사이에서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한 그녀는 그렇게 성당 문을 박차고 나선 것이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숨 막히는 생존현장을 박차고 스페인 북부의 산티아고로 순례자의 길을 떠나 돌아 온 이후, 우리나라 땅 곳곳의 성당을 순례할 무렵, 급기야 그녀는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 성당에서 길고 긴 신앙의 실랑이를 끝내게 된다. 25년 전 성당 문을 박차고 나간 그녀가 다시금 성당 안으로 귀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싹은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자리 잡고 있는 감곡성당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그 성당의 자연 속에서 묻어나는 신비로운 빛깔과 그곳의 김웅열 신부의 얼굴빛 속에서 그 동안 맛보지 못한 신앙의 신비를 다시금 체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활짝 핀 벚꽃의 정겨움이 깃든 용소막 성당에서 받은 영성체와 함께 그녀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를 연상케 하는 일이었다.

"신유박해 당시 서울에서부터 이곳에 숨어들었던 황사영 알렉시오는 옹기굴을 가장한 이 토굴에 숨어서 박해 때문에 무너진 교회의 사정을 알리는 백서를 썼다. 백서는 책이 아니라 베이징의 교구장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글로서 가로 62센티미터, 세로 38센티미터의 명주 천 위에 적힌 글이다. 주문모 신부 및 30여명의 교회 관련 인물들이 어떻게 순교를 당하게 되었는지, 또 순교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끔 교회가 개전되려면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자신의 신앙고백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이는 최초의 신학교인 성요셉 신학교와 황사영 백서가 적힌 토굴, 그리고 최양업 신부의 묘가 보존돼 있는 베론 성지를 순례하면서 쓴 내용이다. 보통 순교를 떠올리면 수염이 덥수룩한 나이의 신앙인들을 떠올리는데 황사영은 그때 27살이었다고 하니, 그녀가 놀랄만도 할 것 같다. 그나마 황사영의 백서를 직접 번역한 그곳의 여진천 폰시아노 주임신부로부터 '누가 저희를 위로해주겠습니까?' 를 받고 나서는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기도 한다.

모름지기 우리나라 성당은 기품이 있다. 모두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헌데 이 책을 통해 느끼는 바는 그 속에 '8품 신부'들이 우뚝 서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신부들은 사제가 되기까지 6단계가 있고 7번째에 신품성사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8품 신부란 사제품을 넘어 훌륭한 인품을 지닌 신부를 칭하는 말일 터다. 아무리 가톨릭이 혼란스럽다 해도, 그분들이 버티고 있는 한 성당의 고유한 멋과 맛은 고이고이 간직되리라 싶다.

권성권 SBS U포터 http://ublog.sbs.co.kr/littlechri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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