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을 낙지' 올해는 아지 싶습니다. 없어 못먹던 세발낙지도 지천입니다. 낙지 음식점과 어민들은 죽을 맛입니다. 카드뮴이 있네 없네 뜬금없는 논란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병주고 약준 논란,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최대의 낙지 산지인 전남 무안, 신안 지역, 넓은 청정 갯벌을 바탕으로 국내산 낙지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가을철의 별미, '세발낙지'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빠진 뻘에서 전통방식의 낙지잡이가 한창입니다.
[김재남/어민 : 뻘 색깔이 보시면 다르잖아요. 안에서 이게 낙지가 숨을 쉬어서 숨구멍을 낸 거예요.]
재빠르게 삽으로 뻘을 파내자 낙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알에서 깨어난지 두 달 남짓 지난 세발낙지로 이 지역 주 수입원입니다.
[김재남/어민 : 우리 어민들의 소득원이거든요. 이 낙지가. 한 해 하면 보통 가구당 천만원씩은 해요.]
가을철의 별미 세발낙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예년같으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입니다.
[김재남/어민 : 밤되면 여기가 환해요. 전체에 바닥이 환한데 지금은 낙지 캐는 사람도 없고.]
인근의 다른 포구, 야간 낙지잡이가 한창일 때지만 대다수 어선들이 서 있습니다.
일부 낙지잡이에 나선 어민들, 차가운 밤바람과 파도에 맞서며 힘겹게 낙지를 잡아 올립니다.
[이용호/어민 : 낙지도 판매가 잘 안되고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게 잡는데, 잡는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잡는 보람이 없으니까 더 힘들죠.]
낙지 직판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예년 이맘때 같으면 주문이 폭주하지만 지금은 하루 주문 전화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양태성/신안갯벌낙지 영어조합법인 대표 : 전년대비 10분의 1 정도의 수준입니다. 판매량도 그렇고.]
발단은 지난달 13일, 낙지머리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서울시의 발표였습니다.
[김선찬/서울시 농수산물안전팀장 : 다리나 몸통에서는 전혀 검출이 안됐고요 내장이 나 먹물에서만 모두 검출이 됐습니다.]
발표 직후 파문이 확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서둘러 서울시의 검사 방식이 잘못됐다며 낙지의 안전성을 강조했습니다.
[유무영/식약청 대변인 : 2.0ppm 오염된 낙지를 평생을 먹게 돼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조금씩 살아나던 낙지 소비는 지난주 오세훈 서울시장의 국감 발언으로 또 다시 급감했습니다.
[오세훈/서울시장 : 앞으로도 시민들이 되도록이면 먹물 부분은 드시지 않는게 좋겠다는 것이 저희 서울시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낙지머리는 정말 먹으면 안되는 것일까?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식품당국간의 다른 견해입니다.
서울시 발표대로 머리만 따로 떼어 검사할 경우 9건 모두 기준치를 초과하지만, 식약청 방식대로 몸 전체를 놓고 보면 중국산 1건만 기준치를 초과합니다.
[백원우/민주당 의원 : 이명박 대통령이 지휘하는 식약청의 말을 믿어야 할지 오세훈 시장이 지휘하는 서울시 보건환경연 구원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어민들이 더 분개하는 것은 서울시의 조사방식입니다.
서울시가 조사한 낙지머리는 모두 9건으로 국내산 3건과 수입산 6건입니다.
그런데 국내산 3건은 시내 대형 마트와 어시장에서 수거했다고 밝혔지만 산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어느 지역인지 우리가 추적할 수도 없고, 그것까지 밝혀서 수거를 하지 않습니다.]
[어민 : 직접 와서 낙지를 파서 검사를 해서 나왔다면 우리도 시인할 수 있는데.]
마침내 검찰이 원산지 수사에까지 나섰고 실제 서울시가 국내산이라고 발표했던 낙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두 건은 국산이 확실하고, 한 건이 업자가 납품명세서를 써서 가짜로 만들었나봐요. 그래서 한 건은 중국산으로 밝혀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시도 다급해졌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서울시 문건입니다.
'낙지논란 마무리 대책' 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서울시장과 간부들이 낙지 산지에 내려가 피해 어민들을 위로하고 소비촉진행사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윤석 의원실 관계자 : 시장님께서 먼저 말씀을 하셨어요. 자기네들이 좀 신중치 못했고 (어민들에) 사과하는 입장에서 소비를 촉진하겠다. 머리는 떼고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하지만 이런 병주고 약주고식 대책이 이미 다 타들어간 어민과 상인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어민들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낙지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민 : 문제가 없다고 결론에 이르면 저희 어민들은 분명히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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