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맑아지는 쾌청한 가을날.
지하철 동묘앞 역에 내리자 세상 온갖 만물이 총망라된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끝없이 늘어선 좌판에는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습니다.
[군인들 물통인데요. 1943년도에 나온 거예요. 이게. 스텐으로 만든 거는 그 때 처음입니다.]
군인물통부터 범상치 않은 재물 상과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 추억의 LP판까지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은 물건들이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조합은 구경의 재미.
자전거와 여우 목도리, 헬멧이 한 좌판에 나란히 공존합니다.
여기에 싼 가격은 덤.
대부분의 물건은 오천원 내외로 해결이 됩니다.
[이신야/서울 상도동 : 우리 젊은 시대에 돈이 없어서 못 사던 물건들이 지금 여기 와서 보면 아주 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걸 가질 수 있어서 젊었을 때 회포를 지금 푸는 것 같아요.]
특히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중고 의류 좌판.
떨이로 물건을 가져온 상인은 옷을 산처럼 쌓아두고 팝니다.
[천 원의 행복, 바로 여기예요. 여기!]
가격은 단돈 천 원 한 장.
일일이 옷더미를 헤치며 스스로 물건을 찾아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강봉순/서울 응암동 : 헌 옷이라고 해도 와서 보면 다 새 옷 같고요. 또 집에 가져가서 빨면 새 옷 같아요. 그래서 너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신발 역시 짝이 없는 것도 다반사.
사는 사람의 인내력이 더해져야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동묘 벼룩시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기존 장터에, 청계천 복원으로 없어진 황학동 벼룩시장의 일부 상인들이 터를 잡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요.
[장승수/시장상인 : 골동품서부터 아시다시피 재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어요. 보시면 천 원짜리서부터 오천 원이면 한 보따리씩 사가.]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서부터 엄마와 함께 나온 어린 아이까지 전 세대가 공존합니다.
최근엔 리폼을 해서 개성을 찾는 이들도 많아 젊은 사람들도 늘었고, 싼값에 물건을 사러 나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컨/파키스탄 : 냉장고 좋아요. 옷 좋아요. DVD 좋아요. 한국사람 많이 좋아요.]
얇은 지갑으로 좋은 물건과 추억까지 두둑이 챙겨갈 수 있는 곳.
그곳엔 사람 사는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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