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7일 워싱턴DC에서 가까운 메릴랜드주 부위주립대를 방문해 환호하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 무척 바쁩니다. 백악관에 있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동에 번쩍,서에 번쩍 합니다. 이제 21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같으면 어림없는 얘기지만,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국가원수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인정하는 미국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스스럼없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 한 마디 했다가 탄핵소추까지 당한 우리나라 실정과는 참 많이 다릅니다.
선거운동을 다니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요즘 한국이 매일 거론되고 있습니다. 당장 여기 시간으로 그제와 어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NBA스타 알론조 모닝 집에서 한 연설 내용입니다.
두 연설이 다른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건데, 묘하게도 한국을 언급한 부분은 내용이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 Imagine that. You think China is cutting back on their education investments? You think South Korea or Germany are saying, let's invest less in our young people right now? Of course not. They're not playing for second. And the United States does not play for second, either. We play for first place. That's what we're about and that's what this election is about. "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 중국이 교육투자를 감축할 걸로 보세요? 한국이나 독일이 국민들에게 지금 투자를 조금만 하자고 하고 있나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 나라들은 결코 2등이 되기 위해 뛰고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일등이 되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번 선거가 갖고 있는 의미입니다."
"Think about that. Here we are trying to compete with China and South Korea and Germany, countries that are investing and as a consequence have created a higher proportion of college graduates than we have -- and we're going to cut education? "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지금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그 결과로 우리보다 더 많은 대학졸업생 비율을 만들어낸 중국과 한국,독일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가 교육예산을 줄여야 할까요?"
이것뿐이 아닙니다. 지난 8월에도 사흘 연속 한국을 칭찬했고, 이번 칭찬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지난달 28일 위스콘신주 메디슨대 연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얘기했습니다.
"한국이 대학교육의 혜택을 받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나요? (청중들이 아니요! 라고 외치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2등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 날 버지니아 리치몬드 간담회에서는 미국 공립학교의 여름방학이 3개월이나 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아이들이 한국이나 중국같은 나라의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에 대한 칭찬 맞습니다. 국가를 부유하게 하고 선진화시키는 첩경이 바로 교육이고, 그런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을 거론한 게 맞습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어린 시절을 한국인이 비교적 많은 하와이에서, 정치입문 직전 빈민운동 역시 한국인 타운이 있는 시카고에서 하면서 한국인들의 교육열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서전에도 그런 대목이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참고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설이 정치적인 연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장소만 달리 하고 있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들은 가는 곳마다 거의 비슷한 연설을 합니다.
왜냐, 청중은 매일 바뀌기 때문에 자기 연설이 어제나 그제, 한달 전에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고 나면 큰 틀에서는 연설내용을 바꾸지 않습니다.
제가 정치부 취재를 하면서 맨 앞부분 (00시민 여러분 안녕하시죠?) 인삿말만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똑같이 했던 정치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오바마, 며칠 연속 한국 칭찬'이라는 보도가 정확하다고 말하는 게 웬지 석연치 않은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오바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한국을 칭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서 교육예산을 삭감하려고 하는 공화당에 대한 거센 비난에 있다는 점입니다.
공화당을 찍지 말고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 하나의 장치로 한국을 언급했다는 거죠. 연일 계속되는 오바마의 한국 칭찬을 들으면서도 모든 말을 액면 그대로 흔쾌하게 받아들이기가 꺼려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교육열이 오히려 걱정이다. 한국 부모들은 초등학생만 되도 모두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하고,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해주기를 요구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얘기를 들었던 경험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교육에 대한 투자 보다는 그런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얘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내일은 커녕 오늘 저녁조차도 기약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로 가득찬 미국의 공립학교를 염두에 두고 얘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공립학교의 교육방식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최강대국 미국의 내일은 없다는 걱정에서 한 얘기일 수 있다는 거죠. 능력있는 교사는 보상해주고, 그렇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라버리며 공교육의 개혁을 시도한 워싱턴 DC의 미셸 리 교육감을 오바마 대통령이 격찬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국 공교육의 실체를 뚜렷이 봤어도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더 이상 학교 교육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저녁만 되면 서울 강남일대의 학원가에 몰려드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오바마 대통령이 봤어도, 경제력이 부족한 부모를 만나 그런 기회를 갖지조차 못한 지방의 학생들을 봤어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에 대해 그렇게 칭찬을 했을까요?
물론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현실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이유야 없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직은 이념적으로 획일화되고 통제되고 있는 중국의 주입식 엘리트 교육 역시(이 부분은 저의 잘못된 주관일 수 있습니다) 상찬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것입니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연일 한국을 칭찬한다고 그저 우쭐하고 기분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누구보다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