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도 팔당 유기농 단지가 철거되기 시작했습니다. 4대강 사업 준비작업입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내년에 세계 유기농 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유기농 없는 유기농 대회, 세계 유기농 운동 연맹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수도권 최대의 경기도 팔당 유기농단지, 지난 73년 팔당호이 건설 된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유기농업이 태동한 곳입니다.
경기도와 농업단체들은 지난 2008년,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열린 세계유기농운동연맹 총회에서 농업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했습니다.
팔당지역의 유기농 역사가 대회유치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문수/경기도지사 : 한국은 IFOAM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 때와 180도 바뀌었습니다.
지난 6일 팔당유기농단지, 농삿일에 분주해야 할 유기농단지 곳곳에서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시설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반납하라는 행정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스스로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전거 길을 내고 수변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국유지에 대한 점용 허가를 받아 지난 30여 년간 유기농지로 가꿔온 농민들로선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박웅선/농민 : 저 사람들 4대강 한다고 안 휘몰아쳐요? 바람결에 쓰러져 가는거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계속 농사를 지으며 버틸 경우 행정대집행을 피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철거비용 부담과 함께 벌금까지 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여 간 팔당유기농단지를 지키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계속됐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내년 유기농대회만이라도 치른 뒤 팔당유기농단지를 철거하자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유영훈/팔당유기농지보존대책위원장 : 4대강 사업을 반대하거나 그 공사를 막으려고 하는 어떤 목소리도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더 분개하는 것은 경기도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입니다.
대회를 유치할 때는 팔당지역의 유기농업을 적극 홍보하던 경기도가 4대강 사업이 시작되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김문수/경기도지사 : 우리 경기도는 한국 유기농의 발상지인 팔당지역, 양평에서 시작해서 곳곳에서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확산이 이루어 지고 있는 대한민국 유기농의 중심지역입니다.]
[김문수/경기도지사 : 농업도 중요하고 친환경 농업도 중요하지만 우리 많은 시민들이 마시는 식수원 안에서 무단 경작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엄정한 정리가 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얼마전부터는 각종 홍보물을 만들어 팔당유기농단지를 수질오염원으로 지목하고 나섰습니다.
[최우영/경기도 대변인 : 팔당호는 수도권 2천 4백만 주민들이 마시는 상수원입니다. 그 상수원에 바로 인접해서 유기농이든 무기농이든 농사를 짓는 것은 수질에 해롭습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치른 다음 철거하면 안되는 것일까?
[최우영/경기도 대변인 : 4대강 사업이 지금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데 공정상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보면 4대강 공정상의 문제죠?) 네,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김문사 도지사의 발암물질 발언까지 나오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
김문수 지사는 도정질문에서 "유기농 퇴비에서 나오는 질소와 인이 수돗물 정화 과정에서 염소와 만나면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며 팔당유기농단지 철거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농업단체들은 김 지사의 주장은 근거없는 것이라며 김 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유영훈/팔당유기농지보존대책위원장 : 유기농 하면 농약과 화학비료로부터 우리 밥상을 보호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농법인데 발암물질을 생성한다고까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오는 행위에 대해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이같은 내용은 결국 세계유기농운동연맹 지도부에까지 알려지며 국제 망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중재에 나섰던 연맹 지도부는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도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디마테오/세계유기농운동연합 회장 : 유기농의 기본 원칙과 표준은 바로 자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우르스 니글리/스위스 유기농연구소장 : 유기농업은 환경보호, 생물학적 다양성 보장, 생태학적 모든 측면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당초 한국의 발전된 유기농법과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유치한 세계유기농대회.
하지만 팔당유기농지 보전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사이 유기농 대회의 당초 취지는 퇴색되고 국제망신만 사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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