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품질 검사를 한다. 식품의 '품질'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검사 항목은 역시 위생이다. 발암물질, 중금속 함유량, 대장균 및 각종 식중독균 검출량은 면밀히 검토한다.
당연히 제품 출시는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처음으로 자가품질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출시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검사는 1달에 한 번씩만 맡기면 되고,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제품을 출시해도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검사가 그렇듯,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만점을 받을 수 없는 법. 자가품질검사 결과가 유통 부적합으로 나오는 경우는 지난 한해에만 1680건이 넘는다. 검출된 유해물질인 벤조피렌(발암물질), 황색 , 납·대장균… 양에 따라서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물질이었다. 검사 결과를 받아봐야 소용이 없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출시된 제품 대부분은 이미 소비자들 입 안으로 들어간 뒤다. 뱃 속에 있는 것은 회수할 수 없다. 그러나 식약청과 식품업체들은 뱃 속에 들어가지 않고 시중에 아직 남아있는 제품 조차 대부분 회수하지 않았다. 식약청에 물어보니 공무원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하소연을 했다. 안 한게 아니라, 못한 거니 봐달라는 거다.
그러나 회수를 하든 안하든, 심지어 자가품질 검사에서 몇 번을 부적합 판정을 받든, 식품 업체에는 아무런 제재 조치를 받지 않고 있다. 규정이 없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지적이 이어져 식약청은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행정 처분 규정을 입법 예고했다고 한다.
자가품질 검사 제도를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물었다. 기억도 정확히 안나는 까마득한 과거, 90년대 초반부터 라고 대답했다. 거진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실시하고 이제서야 부적합 판정 기업에 대한 제재 방안은 '입법예고'한 셈이다.
물론 과다한 정부 규제를 완화하자는 자율 검사제도의 취지는 동감할 수 있다. 유통 기한이 짧은 몇몇 신선 식품의 경우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는 현실적으로 유통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수개월씩 걸리는 제품을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유통시키고, 또 회수조차 제대로 관리 감독 못하는 이유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취재를 하며 대형 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식약청에서 어떤 기준이 있고, 기준에 따라 검사를 하지 않겠어요. 그런 기본적인 기준이 있을 거라고 믿고 사는 거죠."
기준은 있다. 검사도 한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유통하고, 문제가 있어도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다. 할 거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하나마나한 자가품질검사를 이럴 바에 아예 없애는 게 규제 완화 취지에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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