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이 최근 당대표자회를 통해 전면에 나섬에 따라 북한의 정치, 외교,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후계구도의 조기 정착을 통해 권력이양기의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은 이제 북한의 최고 어젠더가 됐다.
그런 만큼 모든 정책의 초점이 후계구도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번 당대표자회에서 이미 그 전조가 나타났지만 김정은 후계구도가 본격 가동되면 북한 지도부의 `권력지형'에 큰 변동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김정은 후계의 성패는 북한 체제의 양대 축인 당과 군을 그가 얼마나 신속히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이 당장 `인민군 대장' 칭호와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라 군사 분야의 실질적 2인자가 된 것만 봐도 후계체제 안정에 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번이 위상과 권한이 대폭 강화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란 자리는 김정은의 군 장악에 초석이 됨은 물론 김 위원장의 `유고'시 김정은에게 군 지휘권을 보장하는 이중의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정은의 군권 장악이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27세에 대장 계급을 달았다곤 하지만 군경험이 전무한 김정은의 카리스마가 군 지휘관들과 일선 부대에 제대로 먹힐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군부에서 김정은의 오른팔로 떠오른 리영호 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의 리더십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리영호는 김정은 후계체제의 핵심 실세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 김정은과 함께 올랐고 당의 최고위직인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 됐다.
게다가 당대표자회 직후 북한의 실력자들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에서도 리영호는 김 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 사이에 앉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힘을 과시했다.
이런 리영호인 만큼 앞으로 김정은의 군부 장악에 최선봉이 될 것이 확실한데, 문제는 그만한 리더십과 역량이 뒷받침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자회 직전까지 북한 군부의 `2대 실력자'로 통했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국방위 부위원장 겸직)과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비교하면 리영호는 군서열을 보나 군부내 영향력을 보나 한수 아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리영호는 김영춘이 인민무력부장으로 영전할 때 총참모장 자리를 물려받기도 했다.
어쨌든 리영호는 총참모부의 직하급자로서 이번 군장성 인사에서 대장을 단 최부일 부참모장과 실제 무력을 쥐고 있는 각군 사령관, 김원홍 보위사령관, 윤정린 호위사령관 등을 이끌고 김정은의 군 장악을 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가안전보위부의 우동측 제1부부장, 김창섭 정치국 국장,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같은 공안기관의 현역 장성들도 일정 부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주위의 새로운 군부 실세들과 김영춘과 오극렬로 대표되는 기득권층 사이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도 관심거리다.
군이 어느 정도 손아귀에 들어오면 김정은은 당쪽에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당대표자회의 당규 개정으로 노동당의 위상이 되살아난 만큼 당의 인민정권 영도와 군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면서 "선군정치도 지속될 테지만 당 중심의 국가체제가 복원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군이 체제를 방어하는 축이라면, 당은 체제를 유지하는 축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당권 장악도 김정은한테는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쪽에서는 이번에 정치국 위원에 오른 고모 김경희(당 경공업부장 겸직)와 고모부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이 김정은의 막강한 후견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원로들이 즐비한 정치국보다 신진 세력이 많이 수혈된 비서국을 중심으로 장악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이번에 당 비서로 기용된 최룡해.문경덕.김평해.김영일.김양건과, 당 부장이 된 오일정.태종수의 역할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정은이 군과 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면 김정일 체제를 지탱해온 원로들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어느 정도 김정은 후계구도가 가시화되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급격한 숙청 바람이 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어차피 세대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인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인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북한 전문가는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한 인적 개편의 특징은 비교적 젊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기용됐다는 것"이라면서 "후계구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무능력을 중심으로 발탁 인사가 이뤄지다 보면 세대교체의 흐름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과 군의 장악 못지않게 후계체제 정착에 꼭 필요한 국가운영시스템의 재편 방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된 1973년부터 `김정일 체제'가 출범한 1998년까지 25년간 `후계수업'을 받으면서 통치권을 넘겨받을 준비를 착실히 했다.
하지만 후계수업을 별로 받지 못한 김정은으로서는 당장 국정의 세세한 흐름을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단 당과 내각의 전문 부서에 실무에 밝은 측근들을 앉혀 체제를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
당대표자회 직전 북한 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장을 외교 담당 부총리로 끌어올리고, 이번에 정치국 위원으로 기용한 것도 인적 시스템 구축의 한 예로 이해된다.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아직 김정은이 20대 후반인데다 후계구도도 빠르게 짜여져 국정을 들여다본 경험이 거의 없다"면서 "노동당과 내각의 전문기관을 정상화해 시스템으로 후계구도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북, 당군 장악후 국가시스템 정비로…변화 바람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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